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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 정신과 신체기관의 연결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 승인 2020.11.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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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섬을 찾아 서쪽으로 향했던 콜럼버스는 보물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칠면조, 호박, 감자 등 여러 가지 농산물을 유럽에 전파했다. 콜럼버스가 가지고 온 여러 물품 중 카민이라는 빨간색 염색약이 있었다. 카민은 선인장에 기생하는 깍지벌레를 말려서 건조한 가루다. 유럽에서 옷감을 빨갛게 염색하는 재료로 사용됐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면 무색 투명하기 때문에 구조를 명확하게 볼 수 없다. 옷감을 염색하던 카민을 세포에 넣자 세포의 핵 부분이 빨갛게 염색돼 다른 곳과 구별이 가능해졌다. 19세기에 세포 내부의 구조를 관찰하기 위해 다양한 염색 방법이 시도됐다. 염색약을 사용한 방법에서 더 발전해 1873년 스페인의 골지는 신경세포를 관찰하기 위해서 광물인 크롬과 은을 이용해서 세포 외벽을 굳혀서 주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염색이 잘 되지 않아 관찰할 수 없었던 신경세포 모양을 보기 위해 일종의 틀을 만들어서 본을 뜬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면서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1897년 러시아의 니콜라아 쿨치스키는 장 점막 세포에 은을 이용하는 염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은이 반응해 침전되는 물질이 있는 세포들을 발견했다. 신경세포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이 세포들은 쿨치스키 세포라고 불리게 됐다. 쿨치스키는 1918년 러시아 혁명이 발생하면서 영국으로 피신했고, 그의 연구는 이탈리아 과학자들에 의해 계속됐다. 

1933년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 의대생 비토리오 에스파머는 지도교수와 함께 동물 소장 점막 추출물을 연구하고 있었다. 에스파머의 점막 추출물은 위장관의 근육들을 수축시키는 효과를 보여줬다. 처음에는 아드레날린과 같은 성분으로 생각했으나 얼마 후 서로 다른 물질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에스파머는 새로운 물질이 장 점막 사이에 크롬에 반응하는 물질이 침전되는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물질 이름을 장이라는 의미의 엔테와 아민을 합성해서 새롭게 엔테라민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새로 발견된 엔테라민의 후속 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전쟁은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촉진시키기도 하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는 부분의 연구는 계속되기 어려웠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고혈압으로 급사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고혈압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많은 연구비가 지원됐다. 미국 여러 대학에서는 고혈압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한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 클리블랜드 대학의 어바인 페이지 역시 많은 연구비를 확보해 고혈압 치료제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은 혈액 속에 혈압을 높이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혈액을 분석해서 혈압 상승인자를 찾아내고, 그 기전을 차단하면 혈압을 낮출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물질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혈액을 분석해야 했다. 페이지는 이 작업을 위해 모리스 레포트라는 젊은 연구원을 뽑았다.

레포트는 인근 소 도축장에서 얻은 수십 리터의 피를 연구실로 가지고 와서 일단 굳힌 다음 응고된 피 위에 뜬 맑은 혈청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일이 반복됐다. 한마디로 물량 공세였다. 많은 발견의 뒷이야기에 휴가가 있는 것처럼 레포트 역시 휴가가 역할을 했다. 휴가를 다녀온 뒤 오랜 시간 농축된 혈청이 생기게 됐다. 이 혈청에서 마름모 모양의 연노란색 결정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결정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페이지와 레포트는 새로 발견한 물질이 혈압을 높일 것으로 생각하고 혈청이라는 의미의 ‘세로‘와 힘이라는 의미의 ’토닌‘을 합성해 ‘세로토닌’이라고 명명했다. 새로 발견된 세로토닌의 구조를 분석다., 제약회사 업존은 새로운 물질을 합성해 세계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새로 발견된 세로토닌의 구조를 분석하자 비토리오 에스파머가 발견한 엔테라민과 같은 물질이었다. 더 이상한 것은 세로토닌은 뇌 조직에서 발견됐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은 있었지만 뇌에서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뇌의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물질 중 하나가 바로 세로토닌이었던 것이다. 세로토닌의 농도가 달라짐에 따라 기분의 변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약품들이 개발되면서 정신 질환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만들어졌다.

세로토닌이 작용하는 부위는 뇌뿐만 아니라 심장, 위장관 등 우리 몸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각각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기전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 질환 치료제가 위장관 치료제로 활용되기도 하고, 위장관 치료제의 부작용이 정신 신경계로 나타났다. 밥을 먹으면 즐거운 느낌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세로토닌 분비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각각 장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 현대의학은 세부적으로 나눠서 전문화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서로 연결된 고리들을 찾아 함께 진료한다. 몸을 전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대의학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연결 고리들을 찾기 위해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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