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대학생이 말한다

지금 직업과 관련한 깊은 고민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즈음이다. 대학 입학 후 자연스럽게 찾은 곳은 학보사였다. 동아리와 달리 그곳은 학교 부설기관이라 몇 푼의 활동비를 받는다.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만 입사 시험 비슷한 절차가 있었다. 상식 중심으로 치러진 시험 결과는 ‘빵점’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면접이었다. 당시 물었던 질문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떤 대학생활을 꿈꾸냐였다.  

신입생이 받아들이기에는 우문에 가까웠다. 당연히 텔레비전에 비쳐진 대학생활의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고 싶고 답한 기억이다. 말미에 대학 현실은 많이 다를 것이라는 부분을 덧붙였다. 언론이 다소 자유와 낭만을 과장했으니 분명 괴리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20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다. 대학 분위기도 필자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명절이면 대학생 조카를 통해 정치 이슈니 일반적 대학생활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일 만큼 솔직히 대학 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시민들이 대학생 반값 등록금 조례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40대 중후반은 여전히 기억할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거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다. 대학생활 자유와 만끽은 사치였다. 현실을 피해 군대를 가거나 긴 시간 휴학을 결정하거나 아니면 학교를 그만 두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그 당시를 보낸 한 적잖은 사람 자녀들이 이미 대학생이 됐거나 몇 년 내 상아탑 진학을 할 것이다. 그리고 20년도 훌쩍 넘은 그 시절 막막했던 대학생활보다 더 암담한 대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 심정을 느낄 것이다. 

최근 반값 등록금을 두고 토론회를 가졌다. 자리를 함께 한 한 대학생의 말은 아린다. 대학 4학년인 그는 3년간 휴학을 했단다. 허용되는 기간을 모두 소진했단다. 등록금을 포함해 한해 수천만원이 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대학생활은 힘들단다. 주변에 휴학 없이, 아르바이트 없이 등록금을 꼬박꼬박 내는 친구들은  부자란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결과를 보면 2019년 1학기 대학 196곳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0만6200원이다. 식비 등 생활비까지 더하면 그 부담은 더커진다. 여기에 유학 온 학생들의 경우는 방값까지 더해져 학생들도 노동 현장에 나서야 한다.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노동현장에 나서야 하는 학생은 더 많아 진다.  

집이 서울인 한 학생 역시 대학교가 있는 용인에서 생활하고 있다. 교통편의 등 물리적 요건만 감안하면 집에서 통학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낯선 용인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1991년부터 대학생 등록금 인하 투쟁을 해 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십 수년전 “대학교 등록금으로 부모도 자녀도 미안해하는 사회”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미안함은 여전히 유효하며, 아니 오히려 더 심화됐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시민 스스로가 대학생 반값 등록금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7월 용인시의회 해당 상임위가 보류한 상태다. 이후 어떤 형식으로 다뤄지고 마무리될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대를 담은 조례’라는 사실이다. 

대학생 등록금 지원을 두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이는 사립대에 오롯이 들어갈 등록금을 예산 들여 지원해야 하는 의견도, 지방정부 예산 여건을 감안하면 아직은 이른 제도란 진단도 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외환위기 시절을 보낸 부모들은 안다. 당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미래에 대한 두려운 심정을. 그들이 부모가 된 지금 그들의 자녀는 한해 천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수업을 중단하고 노동현장에 나가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을 두고 부모 자식 간에 느껴야 할 미안함. ‘대학생 반값 등록금’을 ‘우리 집 반값 등록금’이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생이 말했다. 단지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가정, 나아가 지역 사회, 그렇기 때문에 종적으로는 나라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영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