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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고리 되살리기
  • 송미란(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
  • 승인 2020.11.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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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가로수에 노란 단풍이 들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필자의 마을은 추운 날이 일찍 찾아온다. 우스갯소리로 더운 여름이 지나 에어컨을 끄자마자 보일러를 튼다고 친구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제 가을이 왔나?’ 싶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고, 며칠 사이로 지붕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서리를 맞은 화단의 꽃들은 하룻밤 사이에 다 시들어버렸다. 그러나 화초류들이 맥을 못 추는 사이 나무의 단풍들은 제 시간이 돌아왔다. 황금빛 은행나무들은 눈이 부시게 반짝이고, 산의 단풍나무들은 점점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다. 도시 아파트에 살았다면 단풍구경 갈 채비를 하며 분주히 좋은 곳을 검색할 터인데, 이곳에선 창문으로 눈길을 돌리기만 해도 단풍세상이 펼쳐진다. 시골생활이 주는 또 하나의 작은 즐거움이다. 마당의 오래된 벚나무들도 아름다운 색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단풍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6~7미터를 훌쩍 넘는 커다란 벚나무가 뿜어대는 나뭇잎 양은 상상초월이다. 화단이며 집 앞 길이며 마당 잔디밭에 쏟아내는데, 잔디밭에 떨어진 낙엽은 쓸어내기도 힘들거니와 일일이 줍기도 번거롭다. 그렇다고 마냥 쌓이게 내버려 둘 수 없으니 시간 나는 틈틈이 갈고리를 이용해 낙엽을 모아 정리한다. 누군가 치워주면 참으로 낭만적인 풍경이겠지만, 내가 직접 치워야하는 현실에선 노동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낙엽이 주는 노동과 함께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단풍이 들어 떨어진 나뭇잎.

집 옆에 딸린 작은 밭에 어설프게 농사를 시작하면서 1년 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밭을 메우기 위해 성토한 흙은 영양분 하나 없는 마사토로, 작물을 키우기엔 너무나 부적절한 땅이었다. 농협에서 파는 축분 퇴비를 듬뿍 뿌려주었다. 하지만 초보농사꾼 기준에 듬뿍이었고, 농작물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다행히 거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고구마는 잘 자라주었고, 장마에 병들긴 했지만 고추도 기대 이상으로 수확했다. 문제는 배추와 무였다. 김장에 대비하며 부푼 마음으로 심었건만 한 달이 지나도 심었던 모종 크기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았다. 모종 그대로였다. 죽지 못 해 살아있는 듯 목숨을 연명하는 모습이었다. 보다 못한 동네 어르신이 집까지 찾아와 비료 좀 주라고 조언해주셨다. 농사전문가인 마을사람들에게 우리 집 배추는 즐거운 웃음거리가 됐다.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퇴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소소하게 시작한 농사이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건 해결해보자는 처음 취지와 다르게 거름 값이며 비닐 멀칭재며 이것저것 소소히 돈이 들어가다 보니 고민이 됐다. 각종 농자재 투자 대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한 건가. 이 가격이면 마트 로컬장터에서 좋은 농산물을 사먹는 게 낫겠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퇴비를 직접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낙엽과 잔디, 풀 등을 이용한 퇴비 만들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낙엽은 농작물을 키울 좋은 재료이기도 하다

한 덩어리씩 퇴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모든 자연의 것들이 다 퇴비재료로 보이기 시작했다. 옆집 마당에서 태우려는 낙엽을 얻어왔고, 마당 잔디밭에 잔디를 깎아 모았으며 음식물쓰레기를 모았다. 커피 찌꺼기도 좋은 재료가 됐다. 화장지심, 택배용 박스 등 의외로 퇴비의 재료는 다양했다. 남의 집 앞에 쌓여있는 깎인 잔디를 아쉽게 바라본다. 저거 좋은 퇴비 재료가 될 텐데…. 그렇게 모은 낙엽과 마른 잎들, 신선한 풀과 음식물 쓰레기에 물, 공기를 섞어서 발효시키면 근사한 퇴비가 된다. 꼭 공짜로 얻는 보너스 같다. 돈 들이는 거 하나 없이 노동과 시간으로 얻어지는 선물. 화단 한쪽에 만든 퇴비를 뿌렸더니 퇴비를 주지 않은 곳보다 꽃들도 더 잘 자라고, 거센 비로 인한 흙의 손실뿐만 아니라 공기층이 많아 수분 손실도 덜했다. 일석삼조 아니 일석사조가 됐다.

요즘같이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는 가을은 퇴비 만들기 좋은 계절이다. 모은 낙엽을 태우면 공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지만 퇴비를 만들면 낙엽 속 탄소를 고정해 농작물에게 좋은 양분이 된다. 자연의 순환 고리를 끊지 않고 연결해주는 것이다. 퇴비 만들기를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농사(Permacultuer Garden)를 지어보려고 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은 어렵겠지만, 그냥 조금씩 조금씩 하는 수밖에. 기후변화가 심히 걱정되는 요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추가돼서 조금 대견하다. 

송미란(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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