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오카의 Simply Falling 뮤직비디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얼마 전에 용인의 작은 독립서점에서 시낭독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체 없이 좌석을 신청하고 가 봤어요. 개인적으로는 대략 30여년 만에 시를 읽고 듣고 이야기하는 자리였기에 덤덤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갔습니다. 그리 가깝지 않았으나 가끔은 궁금해하던 옛 친구를 가볍게 얼굴이나 한번 볼까하고 발걸음을 떼는 그런 마음 있잖아요.(하 하) 젊은 두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였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신선한 충격을 얻었습니다. 30여 년 전에 경험하고 느꼈던 시낭송회는 그 자리에 있었던 시낭송가나 시인들에게 미안한 표현이지만, 그들이 주인공 돼 자기의 시적 재능과 감성을 뽐내는 자리에 불과했어요. 왜 누가 봐도 어깨나 목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이는 데도 정작 당사자는 은근히 그것을 즐기는 그런 자리 있잖아요? 그랬거든요. 그래서 독자들은 시인이나 시 낭송가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던 그런 자리였어요. 

그런데, 이 낭독회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철저하게 독자 우선이었어요. 말 그대로 고객우선주의였어요. 마치 고급식당에서 웨이터가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숙여 손님 눈높이에서 서비스하는 그런 모습, 바로 그 거였어요. 필자가 신선한 충격에 즐거워했던 시간은 불과 두 시간 남짓이었지만, 그 여운은 보름이나 지나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이런 시낭독회는 독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으니 기회가 되면 따로 즐거운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사실 시인이라고 하면 돈벌이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많았지요. 하기야 원고료나 시집을 판매해서 얻는 수입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다 보니 수많은 시인들은 생업을 위해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필자 주위에도 구두닦이를 하는 선배 시인도 있었거든요. 꼭 생업을 위해서라기보다 대중음악계에도 시인이 꽤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은 더 많아요. 얼마 전에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예도 있잖아요. 시인이자 가수인 대중음악인들을 이야기하자면 수 시간 읊어도 모자랄 겁니다. 하지만, 딱 한사람만 소개하라면 요즘 필자 마음에 심하게 꽂히게 된 음악의 주인공 ‘이예오카(Iyeoka)’를 꼽겠어요. 남다른 아우라를 보여주는 시인이자 가수이거든요.

일단 이름부터 뭔가 다른 기운이 느껴지잖아요. 본명은 ‘이예오카 이비 오코아우오’라고 나이지리아 출신이에요. ‘이예오카’는 ‘존경받고 싶다‘라는 뜻이라네요. 지금은 미국에 살면서 가수이전에 문학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시인과 사회운동가 등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데, 예전에는 약사로도 일을 했어요. 본인 좌우명을 ‘My goal is simple… I just want to move the world one poem at a time.’(내 목표는 간단하다. 나는 단지 한 번에 한 편의 시로 세상을 옮기고 싶을 뿐이다.)로 정하고, 열심히 시작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자신의 시를 재즈, 블루스, 펑크 등 다양한 음악에 접목시킬 수 있게 해준 음악가들과 모임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발표한 노래는 죄다 자기가 써놓은 시에 곡을 붙여서 치유 메시지로 내놓은 것이기에 ’Poem Song‘이라고도 부른답니다.(멋지잖아요!)

그녀의 서정성이 깃든 노래들과 담백한 보컬이 점차 희망이 가득한 추진력까지 더해져서 사회적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하게 됐어요. 음악계에서 주는 상은 물론, 사회 각 처에서 주는 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모국인 나이지리아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자선단체를 만들어서 시와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이지리아는 어려운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음을 주지시키면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어요.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모국의 어려운 이를 위해 재단까지 만들어서 끊임없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해 또 다른 칭찬의 미소를 지어 봅니다. 거기다가 노래도 기가 막히게 멋지거든요. 어떤 이들은 니나시몬이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분위기에도 그녀를 함께 견줘 놓습니다. 딱 이들이 가을 분위기 그대로거든요. 

그렇습니다. 가을입니다. 옛사랑이라는 노랫말 그대로,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게 되는 가을날입니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에는 누구라도 싯구 하나쯤 떠올리게 되지요. 이 계절에 시를 노래하는 가수 이예오카의 음악을 듣다 보면 문득 펜과 종이를 찾기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곡인데, Simply Falling이라는 곡을 소개합니다. 사실 필자의 영어 실력도 그리 신통하지 않기에 제대로 된 전체적인 가사 분위기 전달은 어렵지만 ‘I know I am simply falling for you’라는 구절이 가슴에 착착 와서 안기는 느낌만은 공유하고 싶어지는 곡입니다.

이예오카의 Simply Falling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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