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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농업 현실…생산자와 소비자 현명한 거래로 이겨낸다생산자와 소비자 상생의 길 찾는다-2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다. 농업은 천하를 살아가는데 큰 근본과 같다는 의미다. 그만큼 농업은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시대적 흐름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경제개발5개년으로 대표되는 개발일로로 접어들기 직전인 1960년만해도 이 표현이 통용되는 사회였다. 생산자 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농업은 사회 전반을 총망라하는 산업이었다. 하지만 2020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농업을 포함한 1차 산업은 낯설기까지 할 만큼 위축됐다.  

대한민국 최대 소비시장은 수도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을 아우르는 흔히 말하는 수도권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2500만명 이상에 거주하고 있다. 서비스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먹을거리 생산을 담당하는 1차 산업 종사자는 미비한 수준이다. 

수도권 농가 및 농가인구 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 8000명, 경기에는 28만2000명, 인천광역시 2만7000명 수준이다. 각 광역시 전체 인구 기준으로 비율을 따지면 서울은 0.08%, 인천은 0.9%, 그나마 전국 최다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도는 일부 농촌지역이 포함돼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2% 수준에 머문다. 

수도권이 대표적인 소비시장이라는 것은 곧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생산자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0년간 서울 8배 면적 농지 사라져= 전국적으로 먹을거리 생산자 역할을 해온 농민이 줄자 으레 농경지 면적도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전체 52만7800ha가 사라졌다. 서울시 전체 면적(6만500ha)의 8.7배에 해당된다. 한반도 전체 면적의 19%에 이를 만큼 광활한 면적이 용도변경 된 셈이다. 

그중 가장 넓은 면적이 사라진 곳은 용인시가 포함돼 있는 경기도다. 경기도는 30년만에 43%에 이르는 11만5800ha 농지가 사라졌다. 그만큼 생산되는 농작물도 줄 수밖에 없다. 1999년과 2019년 식량작물 생산량(정곡) 변동 현황을 보면 20년만에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162만톤 이상이 줄었다. 37%에 해당하는 수치가 줄었다. 이는 곧 식량자급률 감소로도 이어진다. 국내 식량자급률은 2009년 56.2%에서 10년만인 2018년에는 9.5%P하락한 46.7%에 머문다. 

농지면적 감소는 농작물 수확량 저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가하면 원천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반시설 붕괴로 이어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실제 1980년 이후 농업사회에서 공업, 상업 사회로 전환하면서 농지란 기반시설이 급격하게 사라졌다. 이는 이후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농업 필요성이 부각된다 해도 당장 붕괴된 기반시설을 회복시키는 데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개발로 토지 용도가 변경된 경우는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안성농협에 설치된 로컬푸드매장 모습

◇대형마트가 좌우하는 소비시장= 국내 농업 산업 위축에 따른 농산물 수확량 감소분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사실상 빗장이 풀린 외국산 농산물이 하나 둘 자리하기 시작했다. 외국산 농산물 수입현황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은 연간 1600만톤 이상을 수입해 세계 5대 식량수입국이다. 그만큼 외국산 곡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5일장을 통해 직거래 수준으로 이뤄지던 전통적인 매매방식은 시장의 한축인 생산자 감소와 연이은 생산량 저하로 1차 산업 판매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래간격이 점점 벌어지자 그 간격 사이에 유통업이 파고 들었다. 여기에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다양한 물건을 손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었으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소비자와 생산자간 전통 방식의 1차 산업 판매 구조는 사실상 깨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 매장 내 판매 물품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은 대형마트에 있었다. 결국 대형매장이 기획한 시장 내에서 소비행위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산 농산물 대거 유입으로 신토불이 선점효과는 사라졌다. 농산물 소비시장 방향키가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닌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유통업으로 넘어가는 바야흐로 유통업 시대가 온 것이다. 

8년째를 맞은 안성 새벽시장

◇자구책 찾아 나선 생산자와 소비자= 안성시는 경기 최남단에 위치한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다. 전체 인구가 20만명에 약간 못 미치며 농업 종사자는 인구정체 상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9년 안성시 사회조사 자료를 보면 이 지역 농업종사자 인구는 1990년 6만3000여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절반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2만2000여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농업에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성시는 다양한 거래방식을 찾았다.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새벽시장‘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새벽시장은 11월 30일까지 매일(4:30~8:30) 운영된다. 안성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농가가 직접 가지고 나와 착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직거래장터로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5월 도기동 안성천변에서 새벽시장을 개장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보다 한달 가량 늦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다. 

새벽시장은 농산물이 출하되기 시작하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일 새벽에 열린다. 평균 200여명의 생산자가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들고 나온다. 출하 시기에 맞춰 농산물이 바뀌기 때문에 소비자는 건강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은 점점 입소문이 퍼져 파장시간인 8시가 되면 떨이에 나선 농민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안성농업인 직거래 새벽시장에 3년째 나서고 있는 김재성(48)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소문이 퍼지니깐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신다”라며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아 수익 면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성에서는 또 다른 형식의 직거래 장터도 있다. 축제를 통한 지역 특산물을 판매에 나서고 있다. 안성 5대 특산품인 안성 포도 판매 활성화를 위해 포도를 주제로 한 축제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축제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안성시포도축제 위원회도 상황에 맞춰 드라이브스루식 포도판매장을 열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안성시 홍보담당부서 관계자는 “애초 오후 7시까지 판매를 할 예정이었지만 축제 첫날부터 준비한 물량이 조기 매진됐다”라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로 농민들이 너무 힘들어 하시는 상황이라 안전하게 소비자와 직거래 장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성 새백시장 모습

◇대도시에서 열리는 이동식 직거래 장터=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도시는 농업 인구가 많은 타지방과 연계한 직거래 장터를 열고 있다. 

사실상 절대적인 소비시장인 서울시의 경우 전염병 확산으로 올해는 상당수의 직거래 장터가 연기되거나 취소된 상황이지만 올해 초까지도 간헐적으로 전국 각지 자치단체와 연계한 장터가 열렸다. 

옥천군은 지난해 서울을 찾아 특산품인 사과 판매 직거래 장터를 운영했으며, 홍성군은 올해 초 양천구를 찾아 설맞이 도농직거래장터를 열었다. 당시 홍천군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각종 나물류 80여종을 판매해 25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강원도 평창군도 지난해 가을 성동구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어 산양삼을 판매했다.  

노원구 역시 주민들이 직접 나서 공동체를 결성해 경북 봉화군과 함께 2017년부터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생산자 중심 농촌형 자치단체와 용인시를 비롯한 소비자 중심 대도시를 연결한 장터를 꾸미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은 지역 농가 발전을 위해 이번 추석을 맞아 경기도 지역 농산물 12종을 모은 꾸러미 200세트를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에 나섰다. 

용인시가 용인 장터와 각 농협이 운영하는 로컬 푸드 직매장, 이와 식당 등 농민과 직거래를 통해 재료를 구입하는 식당 및 한 살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고 있지만 활성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을 받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농촌권과 도시권 등 생활권역이 다른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이질감을 극복해 공동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도심권 소비자와 농촌권 생산자의 의견을 담을 공간이 절실한 상태다.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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