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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없다

올해 초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할 때만 해도 여러 달 지나면 으레 일상으로 돌아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년 찾아오는 ‘신종플루’는 우리 일상을 약간 위축 시키는 정도 수준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년 전 사망자까지 발생했던 메르스 역시 굵고 짧은 불안감을 주었던 기억 역시 그런 생각을 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은 분명 다르다.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양상 자체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하루 이틀 길어봐야 몇 주면 될 줄 알았던 개학 연기는 수개월은 넘겼고, 자영업자는 영업시간을 강제 당했다. 인간의 권리 중 기본인 자유는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상당 폭 양보해야 했다.  

전염병 상황이 예전과는 달리 상당기간 이어지자 시민들은 점점 피로감을 호소하며, 나아가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 소시민의 바람은 전문가들이 내놓은 냉정한 예상에 야멸차게 깨졌다. 전문가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말했다. 지금의 전염병 상황이 종식된다해도 이전의 일상과는 다른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새롭게 맞을 시대는 어떨까. 제 아무리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다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어느 모임도 마음 편하지 못한 것이 지금인데,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기대보다는 불안감과 걱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코로나 종식이 곧 아무런 변함없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코로나 시대일지 모른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수개월이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 믿음은 일상의 모습을 습관처럼 건드렸고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든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날 일상을 바꾸지 못하면 언제라도 개인의 자유를 옥죄일 만큼 이번 전염병은 강한 화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일상을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한번도 상상하지 못한 다른 일상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단다. 그러니 자가 방역에 적응하며 견뎌내는 것이 일상인 시대로 도래한다는 것이다. 

곧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이어 독감이 한창 기승을 부리는 가을철을 지나 12월 국민시험이라는 대학수학능력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내 곧 연말 연초에 신학기가 시작된다. 더해 설이 찾아 올 것이다. 아무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도 어느 하나라도 건너 뛸 수 없는 기간이다. 사람의 의지로 변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과정을 뭉뚱그려 흘려보내면 다시 일년 뒤 오늘과 직면할 것이다. 달라진 것은 뭐가 있을까.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때문에 견디며 참으면 전능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며 변해가는 것이 현명한 길일지 모른다. 다가올 우리 일상이 과거와 매우 흡사해도 2020년 이후 현실은 크게 달리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몰랐던 마스크의 대응력을 알게 됐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무서운 전파력과 공포감은 트라우마로 뇌리에 자리했다. 어느 순간 누군가 올해를 회상하며 그 당시 모든 것은 그저 특별함이고 대응방식은 틀렸다고 말해도 앞으로 우리가 맞을 미래와 인과관계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과거의 일상을 그대로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상과 소통공간마저 닫힌 것은 아니다. 우리가 코로나19 정국을 살면서 기본을 지키는 것이 남아 있는 과거 일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과거 평범한 일상은 더 이상 느끼지도 못하는 과거의 어느 한때가 되지 않을까. 전 세계로 퍼진 전염병은 지금이 곧 미래며 이 순간이 곧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조용히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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