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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대론(大論)
  • 최영종(수필가. 포토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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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아니, 바보로 만들었다. 좀 과한 말로 들릴지 모르나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문에서도 볼 수 있었다. 9월 7일자 H신문에 실린 ‘중국어로 수업해라, 중국 이번엔 몽골족 문화 말살?’이란 큰 글씨가 지난 36년간 우리가 겪은 일제강점기를 말해주는 듯 했다. 

‘네이멍자치구 중국어 교육 강화, 몽골어 수업 줄어 몽골족 저항 거세, 30만명 등교 수업 거부’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었다. 얼마 전 7년 8개월 만에 사임한 아베와도 깊은 연관이 있어 이 글을 쓴다. 

교육이란 지식, 교양, 품성을 바르게 갖기 위해 이끌어서 선량하게 하는 일이다. 미성숙한 아이나 청년을 지도해 사회의 전진을 위해 하는 의식적인 행동이다. 독일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는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형성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배우는 사람을 바보로도 만든다. 바보란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춰 부르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힘이 없어 일제 치하에서 억지로 바보가 되어 말도 글도 빼앗길 뻔했다. 앞으로 잘못하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전철을 밟을까 걱정된다. 지난 여름 혹서를 보내면서 만화책 <일본의 역사>를 봤다. 간략하게 정리된 2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일들이 적혀 있어 이야깃거리로 충분했다. 연일 지면을 덮는 아베 이야기도 나올까 해서다. 

사실 필자가 7~8세 무렵 여기저기에 있는 섬들을 끌어모아 나라를 만들었다는 ‘구니비기(國引)’를 비롯해 200쪽 가까이 온갖 설화가 나오다가 1856년 근대화의 햇불이 된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후의 사실들은 그런대로 현대사와 호흡이 같았다. 

1910년, 남의 재물이나 영토를 한데 합해 아주 제 것으로 만들어 버린 한일병탄(韓日倂呑) 이후 내선일체(內鮮一體), 동근동조(同祖同根)을 내걸어 한글과 우리말을 폐지하고 타이르고 가르친다는 천황이 쓴 칙어(勅語)를 만들어 충량한 국민 육성을 위한다는 일제였다. 

어떻게 일본 땅과 한국이 한 몸이 될 수 있으며, 같은 한 뿌리 한 할아버지의 자손이란 말인가? 
1940년대 필자는 소학교 3,4학년 때로 ‘히노마루노하다’에 ‘아마데라스오가미(天照大神)’를 국조(國祖)로 알았다. 동방요배와 신사참배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일본과 싸우고 있는 미국과 영국을 귀신과 짐승의 나라로 배웠다. 학교는 물론 집에 가서도 일본 말을 써야 애국 신민으로 알도록 머릿속 깊숙이 일본만이 오직 하나의 나라로 교육을 받았다. 물론 도쿄의 궁성에는 일본 역사의 상징이며 그 자체를 넘어 신의 직계로 아는, 아니 믿게 하는 정신적인 교육도 내지뿐 아니라 일본의 힘이 미치는 곳마다 ‘대일본제일’이라고 철저한 교육이 펼쳐져 있었다. 

1860년대, 서기 986년에 시작된 천황제는 신성불가침의 권력과 권위를 갖고 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망으로 1945년 8월 9일 미조리 함상에서 항복조약을 할 때까지 일본 국내의 것들은 모두 천황에게 지배 귀속된다는 팔굉일우(八紘一宇)라는 억지 명분을 내세워 천황은 곧 신이라는 사상이 전 국민에게 새겨들어가게 교육시키고 있었다. 

나아가 황국신민의 서사는 이런 사실을 명기해 무조건 순종할 것을 요구하는 교육이었다. 일본에게 천황은 두려워해야 하고 신격화된 존재이며,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오직 숭배하고 존경해야 하는 신격화된 반신인이었다. 사람 아닌 신이기에 다툴 여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신민들의 마음속에 간직돼 가고 있었다. 바보로 변해가는 교육을 받는 순간들이었다. 이것이 천왕에 대한 신하의 도리로 알아야 할 신민의 도리였다. 

천황이 전국 여기저기 순행하기 앞서 관리들은 천황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가를 열심히 다시 설명해야 했다. 순행하고 난 뒤 밟고 간 길의 흙이나 자갈을 자기 집에 가져가 고이 모시는 신민도 있었다 하니, 영물보다 더한 신령스럽고 귀중한 물건인 신물(神物)로 알고 모셨다는 말이다.

필자의 이런 이야기들은 같은 연배나 선배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토록 신국 일본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것도 웃지 못할 이야기 탓이다.

한 사람이 “아니 말 이야기인데 천황이 말고삐 잡고 말 등에 오르는 것을 처음으로 본 산골 오지 속 사람이 신민 천황도 사람이여. 신인 줄 알았는데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네” 하고 찬탄, 감격해 눈물을 흘리고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고 한다. 

천황도 사람, 고삐 잡고 말 등에 올라야 하는 법. 처음 눈으로 보고 울었다니 이것은 신으로 알게 교육시킨 탓임이 분명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배워 아랫사람을 허수아비로 교육 시키는 힘없는 교육자 탓이 아닐까.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기에 울었다는 사실. 지난 날 우리도 아침이면 동쪽 천황에게 문안 올리고, 전쟁에서 죽은 전사를 호국의 신이라고 해서 신사참배도 강제로 했으니, 이 바보대론을 끝내려 한다.

최영종(수필가. 포토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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