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못한 농작물, 전부 폐기처리 방법뿐”
지난해 견줘 감자·양파 출하 3%에 그쳐 

용인시 학교급식지원센터 저온 창고에 감자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원격 수업이 계속됨에 따라 학교 급식도 중단됐다. 이로 인해 친환경 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용인시는 친환경 또는 우수 농ㆍ축ㆍ수산물의 식자재 공급 등 학교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용인시 학교급식지원센터(아래 급식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급식센터는 수요예측에 따라 계약된 친환경 또는 우수 농·축·수산물을 식재료로 공급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친환경 농가들은 지원센터와 1년 단위로 계약해 감자, 양파 등 약 40여 가지 품목 가운데, 농가마다 재배가 가능한 채소를 130여곳 관내 학교에 매주 금요일마다 납품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 친환경 계약재배 농가는 용인시에 약 98곳에 달하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농작물 대부분을 폐기처분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계약재배 농가가 급식센터에 출고한 감자, 양파 수량은 1만2 820kg이었으나 올해 같은 시기에는 368kg으로 약 3%만 납품한 수준이다. 여기에 9월 18일 기준 151톤(감자), 104톤(양파)이 급식센터에 재고로 쌓여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수확량의 약 10%만 출고한 것으로 나머지는 모두 폐기처분했다는 게 농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는 나상기(63)씨는 “계약 농가다 보니 학교 측에서 필요한 품목을 말하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2학기에는 혹시 급식이 재개될지 몰라 감자, 양배추 등을 심어놨는데 폭우도 오고 코로나도 심해지면서 납품이 어려워졌다. 그냥 썩게 내버려둔 상태”라고 전했다. 

급식 계약재배 농가의 경우 친환경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일반 농가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고 재배 작물의 상품성도 오래가지 않는다. 색도 바라고 신선도가 쉽게 떨어져 일반 마트나 시장에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씨는 “친환경 농작물은 하루~이틀 안에 소비해야 한다. 학교에 납품할 때도 전날에 포장한 농작물을 배송했다”면서 “농수산물시장에서는 하루, 이틀 내 팔기 어렵지 않느냐. 상품성이 떨어져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일부 농가들은 장기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농작물을 보관하는 물류창고 등도 알아봤지만, 비싼 요금에 결국 농작물을 직접 수거·제거하고 있는 상태다. 

시, 농산물 꾸러미 등 사업 펼쳤지만 한계 드러나

저온창고에 가득 쌍여 있는 양파

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용인시는 6~7월 친환경재배농가들로부터 약 123억원치를 구매해 관내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특수·대안학교 학생 14만5158명에게 식재료 꾸러미를 전달하는 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나씨를 비롯해 많은 농가가 처음엔 이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급식 계약재배 농가의 경우 1년 치 농사를 계획한 뒤 한달, 주, 하루에 맞춰 정확한 수량으로 재배하는 계획적인 농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양을 수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씨는 “우리는 하루 양이 정해져있는데, 시에서는 갑자기 꾸러미 사업을 하겠다면서 100kg 이상의 농작물을 준비하라고 하더라”면서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고 처음부터 기간과 수량을 말해주면 그에 맞춰서 재배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운영하지 못해서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친환경 급식계약 재배 농가들은 향후 식재료 꾸러미 사업을 한다면 농가와 상의해서 계획적으로 수확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을 해서 재배를 하는 구조이지 않느냐. 천지재변은 아니지만, 장기간 코로나 사태가 계속 되는 만큼 어느 정도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냐”면서 농가들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용인시청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꾸러미 사업을)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은 없지만, 친환경 농가들의 피해가 계속되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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