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밤 숲 인형놀이

비가 유난히 많은 여름이었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은 그 잠깐 사이에 숲으로, 하다못해 하천 변이라도 걸었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무당거미가 많이 보였다. 몸의 무늬와 색깔이 마치 무당 옷을 연상시킨다 해서 이름도 무당거미이다. 삼중으로 친 거미줄은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빛난다. 부자거미다. 거미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거미와 함께 아주 작은 거미도 함께 있다. 큰 거미는 암컷이고, 작은 거미는 수컷이다. 아이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면 엄마 거미와 아기 거미라고 항상 대답한다. 

작은 수컷 거미는 다 자랐다. 암컷 거미가 몸집이 커져 허물을 벗고 또 자라 어른 거미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 자란 암컷과 먼저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당거미 거미줄을 자세히 보면, 작은 수컷 거미들이 한 마리, 인기 좋은 암컷 거미는 세 마리, 네 마리, 여러 마리의 수컷 거미들이 암컷이 자라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숲이구나 싶으면 요즘 도토리들이 나뭇가지째 숲 바닥에 한가득 떨어져 있었다. 도토리거위벌레들이 도토리에 알을 낳아 정교하게 가지를 잘라 투둑투둑 참나무 가지를 떨어뜨려 놓은 것이다. 까만 점이 있는 도토리를 주워 손으로 까보면 아이보리색의 아주 작고 투명한 알들이 보인다. 

밤에 그 숲을 찾아가면 또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무당거미는 그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렸다. 더 가까이 갔더니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다. 길 옆 산에서 흐르는 물이 있는 곳에 가재 한 마리가 보였다. 숲으로 들어가 손전등을 켜면 낮과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산왕거미는 안쪽에서 밖으로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매미 울음소리도 여전히 들렸다. 

참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참나무 중에서도 오래돼 한쪽이 썩어가고 있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또 진이 흐르는 참나무도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슴벌레들이 살고 있었다.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 참나무도 들여다보고, 저 참나무도 자세히 들여다봤다. 드디어 찾았다. 작은 녀석들만 보였다. 속은 좀 상했지만 그래도 찾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아이들과 찾은 사슴벌레 종류는 애사슴벌레, 그 중에서도 암컷만 눈에 띄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하늘소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싱싱한 나무가 아닌 잘리고 톱밥이 흘러나오는 나무였다. 그 속을 뚫고 우리목하늘소와 버들하늘소가 보였다. 
 

무당거미 암수, 참매미허물 베짱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애사슴 벌레 암것, 혹줄딱정벌레, 버들하늘소(아래 왼쪽부터)

곤충 찾기를 끝내고 혼자 어두운 숲길을 걸어봤다. 물론 손전등을 끄고, 다른 친구들은 침묵을 지켰다. 도착하는 그 끝에는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실 텐데. 그래도 거기까지 가는 길은 너무 무서웠다. 분명 얼마 전 손전등을 켜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걸어왔던 길인데 너무나 생소했다. 그래도 나는 씩씩하게 그 길을 걸어가 마침내 선생님이 계신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면 내가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날 이후로 조금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어두운 밤길을 혼자 씩씩하게 걸어온 사람이니까. 

혼자 밤길 걷기를 끝마치고 친구들과 흰 천으로 만든 극장 앞에서 인형극을 했다. 직접 주워온 자연물로 직접 대본을 만들고, 역할을 정해 친구들과 함께 짧은 연극을 진행했다. 조금 어설프고 부족해도 어떠랴. 밤의 어둠이, 손전등의 불빛이, 개구리 울음소리가, 곤충들의 지저귐이 연극을 멋지게 만들어 줬다. 인형극까지 끝낸 우리는 다시 깜깜한 밤 숲을 걸어 내려왔다. 물론 손전등을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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