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훅, 코르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세포라는 이름을 최초로 사용했다 (1665)

코로나19와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산 분비 증가로 인해 위장장애가 발생해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맵고 자극성이 강한 음식을 즐겨 찾는 한국인의 식사문화도 위장질환이 많은 원인 중 하나다.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인 소화기관에 대한 기록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찢어지듯이 아픈 통증을 만들어내는 사례는 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동양의서에 위에 대한 기록을 보면, 오장육부 중 육부의 첫 번째로 위부에 대한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 내경 위부의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식은 모두 위로 들어가고, 오장육부는 모두 위에서 기를 받는다. 오미는 각각 좋아하는 곳으로 들어간다. 신맛은 먼저 간으로 들어가고, 쓴맛은 먼저 심으로 들어간다. 단맛은 먼저 비로 들어가고, 매운맛은 먼저 폐로 들어가며, 짠맛은 먼저 신으로 들어간다. 물이 경맥으로 들어가면 혈이 만들어지고, 곡식이 위로 들어가면 맥이 흐르게 된다.”

중세 의학 수준의 한계로 음식의 소화 흡수 과정을 철학적 개념으로 묘사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에 대한 관찰이나 연구는 거의 없다. 동양 전통의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각종 기록에 대한 비판, 검토, 다양한 치료 방법에 대한 비교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동의보감>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치료법이 나열돼 있을 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극히 드물다. 

서구에서도 이와 같은 장기에 대한 연구는 동양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1660년 투명한 유리구슬을 가지고 놀던 상인에 의해서 개발된 현미경은 과학 발전에 큰 혁명을 가지고 왔다. 현미경으로 작은 구조에 대한 관찰이 가능해진 것이다. 1665년 로버트 훅은 자신이 개량한 현미경으로 코르크를 관찰하면서 격자로 나뉘어진 구조물을 보고 ‘세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포들은 독립된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주변과 어떻게 소통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은 해결은 와인을 좋아했던 한 프랑스 신부에 의해 시작됐다.

1748년 프랑스의 신부이자 과학자였던 장 놀레는 와인이 증발돼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리병에 넣은 뒤 입구를 가죽으로 꽁꽁 동여맸다. 그래도 걱정이 된 나머지 공기가 통하지 않는 확실한 방법으로 와인 병을 물속에 집어넣었다. 공기가 통하지 않은 와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장기간 보관하면서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불과 몇 시간이 지난 후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유리병 뚜껑 역할을 하던 막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막을 바늘로 찌르자 병속의 와인은 30cm 이상 솟구쳐 올랐다. 가죽이 물을 통과시켜 와인 속으로 들어간 것인데 신기한 것은 와인은 물속으로 전혀 퍼지지 않았다.

 

뒤트로셰의 삼투압 측정기(1838)

반대로 병속에 물을 넣고 와인 속에 담가 두자 이번에는 반대로 막이 병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갔다. 놀레는 이 현상을 보고 신기하게 여겨 자신의 회고록에 짧은 글로 남겨 놓았다. 놀레의 연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젊은 뒤트로셰라는 과학자였다. 뒤트로셰는 막 사이로 액체가 이동하는 이유가 농도의 차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산성이거나 양전하를 가진 곳에서 염기성이거나 음전하를 가진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 현상을 ‘삼투현상’이라고 불렀다. 1838년 뒤트로셰는 삼투현상을 측정하는 기계까지 개발했는데, 막이 부풀어 오른 압력을 수은이 들어있는 가는 모세관에 연결해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막연하게 눈대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삼투압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 것이다.


물이 이동하고 물속에 녹아있는 큰 물질들은 통과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얇은 막은 처음에는 양피지와 같은 생물의 피부나 조직을 이용했다. 그러나 얇은 막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물질의 이동 현상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기 쉽지 않았다. 1867년 독일 베를린에서 와인의 발효 현상을 연구하던 한 학생은 포도나무가 뿌리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이 삼투압을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인공적인 반투과성 막을 개발했다. 파란색 황산구리용액에 페로시안화칼륨을 집어넣었는데, 두 물질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초콜릿색 막이 생겨난 것이다.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페로시안화구리막은 물 성분은 통과했으나 칼륨 등의 성분은 통과되지 않아 얇은 막 형태로 부풀어 올라 속이 빈 산호처럼 자라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얇은 막은 잘 찢어지는 약점이 있었으나 이후 보다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물질의 이동 연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막을 통과하는 것은 물뿐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물질은 막을 통과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큰 물질들은 남아 있게 됐다. 생명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세포가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포 내부와 외부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갈바니가 개구리 뒷다리에 전기를 줘 움직이는 것으로 인체를 움직이는데 전기적 성격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특정 성분의 이동을 막는 선택적 투과성은 막을 경계로 내부와 외부의 농도 차이가 발생한다. 전기적 성격을 가진 물질들이 서로 다르게 분포할 경우 농도 차이에 의한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낸다. 나트륨과 칼륨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두 성분을 이동시키는 효소가 세포막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세포에서는 나트륨 대신 수소와 칼륨이 서로 교차한다. 수소는 양전하를 가진 원자 주변에 음전하를 띈 전자가 한개만 돌고 있는 구조인데, 전자가 없는 경우 양성자라고 부른다. 세포막을 경계로 특정 신호가 전달되면 양성자가 위 내부로 배출돼 위산을 형성하는 것이다. 양성자를 위내부로 보내주는 펌프 같은 역할을 하는 효소를 양성자 펌프라고 한다. 위산 분비의 최종 단계인 양성자 펌프를 억제할 경우 위산의 분비를 막을 수 있고, 과도한 위산으로 인한 위궤양 등의 위장 질환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1970년대 양성자 펌프 억제제들이 개발됐고, 많은 사람들이 위궤양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곡식이 위로 들어가서 맥이 흐른다는 동의보감의 간단한 언급이 있다. 하지만 위로 들어간 곡식이 맥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발전이 합쳐져서 이뤄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자세한 것을 밝혀내려는 탐구정신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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