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현장 ㅣ 처인구 백암면 박곡리 김영렬(64)·정월분(59)씨 부부

피해 복구를 하고 있던 처인구 박곡리 정월분씨가 집중호우로 인한 당시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렬(64)·정월분(59)씨 부부는 지난 2일 새벽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지고 공포감이 몰려온다. 일요일 새벽 6시경, 굵은 빗소리에 뒤엉켜 우루루쿵쾅 소리가 들렸다. 불안감에 집 밖으로 나가보니 앞뜰 20여 마지기 농토는 오간데 없고 거친 황톳물과 함께 바위가 굴러가고 있었다.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죠. 집이 온전하고 목숨 부지하게 된 것도 다행이고요. 당시 상황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되새기는 것도 싫어요.” 다급히 전화로 위급한 상황을 알렸지만 주위 도움은 불가능했다. 도로가 끊기고 다리 위로 물이 차올라 마을진입이 아예 차단됐다.

최근 폭우로 용인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백암면 지역이다. 그 가운데 이들이 사는 박곡리 58번길 일대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마가 핥고 갔다. 마을 어른 한 분이 갑자기 돌아갔지만 장례를 위한 병원 이동이 늦어졌다. “아마도 크게 놀라서 돌아가신 모양이에요.”정월분 씨의 말이다.      

지난 4일, 기자가 먼 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마을은 차량만 통행 할 정도로 흙과 돌더미만 걷어낸 그대로였다. 박곡리 안쪽으로 통하는 큰 길만 장비를 동원해 복구 중일 뿐 여전히 모든 차량과 일반인 통행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이처럼 큰 피해는 왜 생겼을까. “마을 한쪽에 전원주택 부지가 있어요. 11년 전에 허가를 받아 공사 중에 부도가 나서 그냥 떠나버렸어요. 당시 묻은 맨홀이 막혀 이번에 사고가 난거죠.” 김영렬 씨는 행정당국의 사후 처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상공 촬영장비를 통해 확인해 보니 마을 뒤편 산이 거의 7~8부 능선부터 흘러내린 흔적이 역력했다. 커다란 산사태가 동반된 것이다. 천재인지 인재인지를 따지는 것도 소홀히 할 순 없다. 하지만 4대가 함께 살며 마을을 지켜온 김영렬·정월분 씨 부부가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조속한 복구와 피해보상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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