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이주일씨가 데뷔시절 TV나 무대에 등장할 때면 ‘띤띤띠디띠 띠띠디 띤띤~’하며 ‘오~ 수지 큐!’ 하는 반주음악이 흘러나왔던 것을 기억하실 거예요. 그 음악에 맞춰 뒤뚱거리는 이주일씨의 걸음은 거의 전 국민이 따라하다시피 했지요. 심지어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정부에서는 전국의 초등학교에 그 걸음을 따라하지 못하게 하라고 강제했다는 해프닝까지 있었어요. 이른바, 코미디 전성시대였던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개그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우리나라 공중파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네요.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원래 대중은 재미있는 것을 원하는 법이지요. 그러나 그 재미의 시대별 트렌드가 자꾸 바뀌다보니 희극연기자들은 그것을 따라가기 여간 힘든 게 아닐 거예요. 그러다 보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그것이 시청률 저하로 나타나면서 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결과가 됐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비록 오래전이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입장에서, 사랑받는 코미디로 재정비해 대중들이 다시 찾게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전의 화려했던 코미디 프로그램도 추억할 겸해서 이주일씨의 등장음악 ‘수지 큐’를 연주했던 그룹을 소환합니다.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 글제만 보면 “도대체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진 이들이 누구야?”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C.C.R이라고 하면 얼른 아하~ 하는 독자들이 많으실 걸요. 그룹 이름이 너무 길다보니 줄여서 C.C.R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워낙에 히트곡이 많습니다. 얼른 기억나는 곡 몇 개만 나열해 봐도, Bad Moon Rising, Proud Mary, Have You Ever Seen The Rain,  Who’ll Stop the Rain, Hey Tonight, Cotton Fields 등 부지기수예요. 

그런데 이 많은 히트곡은 1968년부터 1971년 사이에 다 만들어진 거예요. 대단하지 않나요? 이 사람들은 어느 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고 록부터 컨추리,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막힘없이 다뤘던 그룹이었어요. 그것도 어중간한 게 아니라 기막히게 잘 다뤘다는 이야기지요. 비틀즈가 1970년 해산한 이후 그 영광을 이어받을 유일한 그룹으로 손 꼽혔던 사람들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특출 났던 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함께 했던 오랜 친구들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오면서 슬기로운 그룹 생활을 해 왔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은 면은 다른 그룹처럼 마약이나 술, 여자에 빠진 방탕한 생활을 하지 않았던 친구들이었어요. 또 노래 가사가 특별했던 것이 마치 우리나라 산울림의 노래들처럼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고 사회·정치적 색깔이 깃든 가사에 집중해서 남다른 면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히트곡 대부분을 혼자서 만들다시피 했던 존 포거티가 너무나 뛰어나다보니 문제가 생기게 됐지 뭐예요. 그 대단했던 그룹이 해체되고 말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이 친구가 다른 멤버들에게 “우리 그룹의 곡을 내가 다 만드는데 수익을 똑같이 나눈다는 것은 비민주적이다. 그러니까 그룹의 수익배분을 각자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 부분만큼씩 하자”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그 이야기를 들어줄 리 만무하지요. 말인즉슨 “너 혼자 다 먹겠다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왔는데도 존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어요. “내 말이 싫다면 나는 그룹에서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았지요. 그래서 결국 앨범을 만들게 되면서 존의 주장대로 멤버들 각각 작곡을 하고 자기가 만든 부분만 노래하게 됐는데, 짐작하다시피 이게 잘 될 리가 있겠어요. 전혀 C.C.R 같지 않은 최악의 음악이라는 평을 뒤로 한 채 그룹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곤 뒤이어 그들끼리 수많은 법적 다툼이 생겼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서로 악감정이 치솟을 대로 치솟게 됐지요. 얼마나 원수지간이 돼버렸느냐 하면, 1993년 있었던 그들의 록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도 남은 멤버들과의 합동공연을 존 포거티가 거부할 정도였어요. 같은 멤버였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존의 친형인 탐 포거티의 분골까지 형수가 가지고 왔던 의미 있는 자리였는데도 말이지요. 그렇게 50여년 서로의 감정을 풀지 못하고 있다니 여간 답답한 코미디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그랬거나 저랬거나 싸우고 등을 진 것은 그들이 해산하고 난 다음의 일이니 그들이 남긴 곡 중에 블루스록 음악이 몇 곡 있는데, 필자는 그 중 한 곡을 골라 들으며 창밖의 빗소리나 들어보렵니다. 비오는 날에 들으면 딱인 곡이거든요. 함께 들으시지요. ‘Long As I Can See The Light’라는 기 막히는 곡입니다.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Long As I Can See The Light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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