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이란 구슬과 돌멩이를 뜻하는 한자다. 흔히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비유할 때 옥석을 가린다는 문장이 사용된다. 하지만 옥석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보편적이고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가치란 의미다. 옥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자연석도 흔히 볼 수 있다. 

용인시 첫 주민청원 조례인 ‘용인시 대학 반값 등록금 지원’이 용인시의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용인에 거주하는 대학생에게 등록금 반을 용인시가 지원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조례를 해당 상임위가 보류 시켰기 때문이다. 의결절차상 보류는 시기를 조절해 논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근본적으로 조례 자체가 사멸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상임위 결정에 따라 이 조례 운명도 판가름 나겠지만 이 조례가 가지는 취지가 혹시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껏 조례로 규정되는 지방자치법 제정은 용인시의회의 핵심 업무 중 하나였다. 의원 각자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발의할 때도 있고, 용인시가 행정상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이번 조례안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손수 만든 것이다. 제 아무리 다듬고 다듬었다 해도 전문가 작품이 아니니 투박하고 어설픈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때문에 어느 것보다 손이 많이 가는 조례안일지도 모른다. 

모든 보석류가 그렇지만 원석은 그냥 그런 돌멩이 정도다. 이를 다듬고 보듬고 때깔을 낼 때 비로소 보석이 된다. 이번에 용인시의회와 용인시가 주민발 첫 조례를 대하는 자세는 매우 유감스럽다. 용인시는 그것이 보석인지 돌멩이인지 관심도 없었고, 시의회는 보석을 가져오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는 장벽을 친 것은 아닐까. 

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일을 한다는 뜻을 담아 대의기관이라고 하지 않나. 지방정부는 시민의 혈세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니 공무원이라는 별칭을 받지 않았나. 그럼에도 시민이 직접 올린 조례안을 제대로 한번 훑어보지도, 충분히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시민에 대한 도리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로 기억된다. 제법 추운 날 용인시청 앞에 십수명의 시민이 모여 첫 시민청원 조례안을 용인시에 제출한다고 보고식을 가졌다. 1만여명의 시민에게 받은 서명지까지 챙겼다. 

그리고 여러 달이 지나 관련 조례안이 시의회에 상정된다는 소식을 접하고야 잠시 잊고 있던 조례안을 살폈다. 대학생에게 등록금 반을 지원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당장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시급을 요하는 다른 사안을 다루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이견도 가졌다. 그럼에도 이 조례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확실했다. 시민이 직접 나선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6개월 여의시간이 지나는 동안 아니 이 조례를 준비하는 지난해 중순부터 용인시와 시의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흔히 말한다. 관심과 의지에 달렸다고. 만약 용인시가 관련조례를 충분히 이해했더라면, 그래서 시의원들의 물음에 제대로 된 설명을 했더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평성이나 예산 문제로 당장 조례란 그릇에 담기 힘들다고 판단해 보류를 결정했더라면. 이번 첫 시민청원에 참여한 시민뿐만 아니라 서명에 참여했거나 이 일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들은 아쉽지만 더 꼼꼼하게 챙겨야겠다는 ‘희망스런 다음’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아프리카 초원에 가면 스프링벅이라는 초식동물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프링처럼 점프 실력이 매우 뛰어난 양과 짐승이다. 우리말로 찾아보니 지갑영양이라고 한다. 동물의 왕국이나 동물을 주제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많은 초식동물이 그러하듯 이들도 무리를 지어 다니며 풀을 뜯어 먹고 산다. 이들이 스프링이란 이름을 얻게 된 점프 실력도 풀을 먹기 서로간의 경쟁에서 조금 더 풀을 먹기 위해 뛰어가면서 풀을 먹다 그 정도의 실력이 쌓였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이 만든 하나의 나름 성과물이라면 성과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뜀은 성과로만 보기 힘든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풀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지만 나중에는 일상의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경쟁이 불러일으킨 성과물을 넘어 부작용이 된 것이다. 

첫발을 내딘 용인시 시민청구 조례안이 경쟁력을 갖고 나름 성과를 내며 일상에 제대로 정착할 것인지, 아니면 스프링벅의 점프처럼 그저 습관적으로 몇 번 반복되다 결국에는 사라지는 가치 없는 제도가 될지. 책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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