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순을 따줘야 잎과 줄기가 무성해지거나 바닥으로 처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토마토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과일도 아닌 것이 과일 행세를 하는 듯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 싫었고, 채소도 아닌 듯 보이는 게 여러 음식에 채소처럼 들어가 맛을 보태는 게 어색했다. 

첫 아들을 임신했을 때 음식에 대해 유난을 떤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임신 초기에 먹으려고 요리했던 꽁치구이가 갑자기 냄새가 너무 역해 견딜 수 없었다. 꽁치가 있는 부엌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 방에서 꼼짝 않고 있다가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꽁치를 치워주고 나서야 간신히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다 임신 중기가 될 무렵 갑자기 정말, 어느날 갑자기 토마토가 먹고 싶어졌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토마토를 꼭 먹어야 하는 갈망이 됐다. 그렇게 먹게 된 강원도 영월 지인의 밭에서 바로 따 씻을 틈도 없이 베어 문 토마토 맛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그 이후 토마토는 최애템(최고로 애장하는 아이템)이 됐다. 

마당 텃밭에서 자라는 토마토를 보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러기 위해서 봄 장날 모종을 사러 가는 일부터 시작한다. 다른 모종도 그렇지만 키 큰 모종이 아니라 줄기가 단단한 모종을 골라야 후회가 없다. 보통 주먹만 한 토마토가 달리는 일반 토마토와 작은 방울토마토로 크게 나뉘는 모종은 크기, 색깔, 모양, 맛에 따라 다양한 품종으로 나뉜다. 네 식구가 먹기에 큰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모종 골고루 서너 개씩만 사도 충분하다. 

밭에 옮겨 심은 모종이 잘 자라면 버팀목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다란 막대에 끈으로 고정해야 쓰러지지 않고 자란다. 그런 다음 자람에 따라 줄기와 잎 사이에 나오는 곁순을 따줘야 한다. 이를 따주지 않으면 곁순이 자라 걷잡을 수없이 잎과 줄기만 무성해지고 결국 바닥으로 쳐져 자라게 된다. 여기서도 선택과 집중이 적용된다.   

버팀목을 따라 중간 중간 묶어주면 토마토는 꼿꼿이 잘 자라게 되는데, 이때 재미있는 규칙을 발견하게 된다. 토마토는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로 최대한 햇빛을 받기 위해 꽃과 잎들이 동서남북으로 뻗는다. 즉, 첫 꽃이 나온 후 반대 방향으로 잎을 뻗고, 그 위에 두 잎들이 아래 꽃잎과 직각으로 십자 모양으로 양 옆으로 갈라져 나온다. 즉 꽃, 잎, 잎, 잎, 꽃, 잎, 잎, 잎 순서로 나오는데 위에서 보면 네 줄기가 동서남북으로 보인다. 그래서 첫 번째 꽃과 열매를 보면 다음 꽃과 열매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기를 때 이를 알고 열매를 따기 쉬운 쪽으로 방향을 잡아 심으면 편하다. 토마토는 고추, 가지, 피망, 감자 등과 같은 가지과 식물로 꽃 모양도 서로 비슷하다. 다만 노란 꽃잎에 노란 수술과 암술을 가지고 있어 온통 노란꽃으로 보인다. 
 

여름 햇빛을 받아 익어가고 있는 토마토. 바로 옆 방울토마토가 앙증맞다.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지역으로 해발 2~3000미터 근처의 고랭지가 토마토의 고향이다. 비가 적고 건조하며 기온은 그리 높지 않다. 대신 적도에 가까워 일조량은 아주 많다. 약간 서늘하면서 햇빛이 많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햇빛을 많이 받게 되면 비타민C가 아주 많이 생성돼 큼지막한 토마토 하나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다. 반대로 햇빛이 적은 지역이나 계절에 자라는 토마토는 그만큼 비타민C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필자가 햇빛 듬뿍 받고 자란 노지 토마토를 더욱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햇빛을 좋아하지만 수분은 적당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 열매들이 갈라져 터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심하면 갈라진 틈으로 곰팡이까지 생긴다.

토마토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감자와 함께 유럽에 퍼졌다. 그 후 유럽에서 중국을 통해 17세기 무렵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조선 중기 실학자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이라는 백과사전에 ‘남만시(南蠻枾)’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1614년보다 앞선 것으로 본다. 

토마토 줄기에는 작은 털이 나 있고 가루 같은 것도 묻어있다. 또한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 이것 때문인지 곤충들이 많이 몰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 같은 건달농사꾼도 토마토는 쉽게 키울 수 있어 참 좋다. 좋은 모종을 심고, 버팀목을 만들어 묶어주고, 곁순만 따줘도 토마토는 맛있는 빨간 열매를 선사해준다. 토마토는 요리에 많이 이용되는데, 굽거나 볶거나 끓여도 영양 손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때 토마토에 들어있는 글루탐산이라는 성분이 우리에겐 감칠맛이라는 느낌을 줘 요리를 더 맛있게 살려준다. 

서양에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간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만큼 토마토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을 나타낸다. 토마토 많이 먹고 병원 갈일 없어야겠다. 과일이면 어떻고 채소면 어떠하랴. 어쩌면 요즘같은 시대에 과일로도 채소로도 맹활약 하고 있는 토마토야말로 융합이고 멀티플레이어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