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가 장애인 비하 발언을 두고 말이 많다. 현장에 직접 없었던 입장에서는 말을 아껴야겠지만 후속 취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만 두고 판단한다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과정을 소상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상황은 단지 장애인 비하 혹은 장애인 비례대표 폄훼에만 중심축을 두고 이해 할 것 아니란 말이다. 

1일 용인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취재를 위해 의회를 찾았다. 이날도 의장단 선거를 두고 수 시간 본회의는 공회전을 했다.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별 대수롭지 않았다. 옥신각신 끝에 의장단 구성을 마치고 산회하는 절차 역시 나름 공식화된 상황이라 적절한 타이밍에 남은 의사 일정이 어떻게 돌아갈지 정답 유추도 가능해진다.  

우리 사는 일상에서 현상과 본질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학습하기도 한다. 용인시의회 8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두고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은 본 회의 시간에 맞춰 의원들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몇 차례 반복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의원 간에는 정회시간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요한다. 쉽게 확인하지 않은 본질적인 사안은 이때 많이 진행된다.   

이번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상임위원회 위원 구성도 현상과 본질의 모순 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저마다 다른 셈법을 들고 조합에 나섰으니 봉합수준의 답이라도 찾은 것은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봉합은 원래 하나였던 것을 꿰매어 붙인 것을 뜻한다. 언제라도 꿰맨 자리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비하 발언이 있었다고 하는 그날. 현장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다수가 있었단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던 복수의 의원들은 정황을 묻는 물음에 비하 발언에 앞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말했다. 상임위 구성을 둔 의원 간 갈등이 봉합선을 뚫고 표출화 된 것이라고 말이다.   

이번 장애인 비하 발언을 두고 누군가를 질타하고 옹호할 생각은 없다. 특히 민주당은 의총을 열고 이 일과 관련해 당사자간 사과를 주고받은 것으로 마무리 지은 모양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의원도 ‘사과 받고 끝난 일’이라고 기자에게 알려왔으니 내부 갈등은 시간이란 만병통치약으로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반복되는 의회 내 반목 문제다. 의원 간 사이가 이지경에 이르는 원인은 다양하다. 상임위 배정을 두고 티격하기도 하거니와 지역구 예산 배정을 두고도 예민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선후배 의원 간에는 선수(당선횟수)를 두고 밉살스러운 갈등을 드러낸다.   

적절한 긴장과 갈등은 성장 동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분명 필요하다. 때문에 시민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싶다. 새로 구성된 의장단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동료 의원 간에 발전적 긴장관계가 유지되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누구를 짓누르겠다는 강압적인 자세가 아닌 존중의 마음을 갖길 바라는 기대감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외람된 행동에 피곤함이 차고 넘치니 조속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아주 재밌게 본 코미디 코너가 있다. 봉숭아 학당이다. 열명 남짓 되는 학생들이 모여 교탁에 선 교사의 수업 진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을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것이 얼마나 재밌던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자 교실은 이내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때로는 어떤 집단이 어처구니 없는 일로 자신들끼리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고 봉숭아 학당을 보는 듯 하다고 말을 한다. 

용인시의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보면 많이 아쉽다.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은 없고 하물며 의원이란 직함마저 잠시 떼고 오로지 자신의 이름만 위해 행동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임기 4년 중 2년은 적응기간이고 나머지 2년은 다음 선거 준비 기간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용인시의회가 봉숭아 학당이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름 뒤에 의원이란 직함이 붙고, 그 직함을 달아준 유권자의 준엄한 명령에 따르는 길 외엔 없다. 조소 섞인 놀림이 불쾌하면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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