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수화 지원

2009년 용인농아인협회와 인연···“고충보다 보람 커”
 

존경과 자부심을 나타내는 수어동작을 하고 있는 정선희 수화통역사.

용인시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본 시민이라면 낯선 얼굴을 매주 보게 된다. 지난 2월말부터 시작한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백군기 용인시장 옆에서 청각장애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정선희 수화통역사다. 백군기 시장 말을 손짓과 풍부한 표정을 곁들어 척척 옮기는 그는 12년차 베테랑 통역사다.

농아인이 대화하는 걸 보고 수화에 관심을 가진 그는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수화를 틈틈이 배웠다. 수화가 필요한 곳에서 봉사하면서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시험에 응시했고, 한 번에 합격했다. 2009년부터 경기도농아인협회 용인시지회 부설 수화통역센터에서 일하게 된 그는 올해부터 재난 안전 브리핑에 수화통역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면서 시정 브리핑과 인연을 맺었다. 

브리핑 때마다 출연하다 보니 통역사는 물론 수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관심도 좋지만 농아인들이 재난 관련 속보를 즉각적으로 접하고 알 수 있게 된 변화가 더 반갑단다. 
"농아인분들 역시 위기 상황을 바로 느끼고 알고 싶으셨을 텐데, 과거에는 뒤늦게 알게 됐잖아요. 이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로 쉽게 보고 알 수 있게 돼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브리핑 때 수없이 나온 코로나19는 신조어다. 어떻게 표현하고 또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을까.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자음, 모음을 표시하고 입모양을 보여주는 지화로만 설명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수화로 만들어졌고 지금은 숫자 19를 빼고 코로나만 표현한다. 코로나19처럼 신조어나 고유명사가 대중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농아인이 사용하는 단어를 조합해 이를 표현하는 수화를 새롭게 만든다. 수화통역사는 그때마다 새로운 수화를 익혀야 한다. 

“사투리가 있듯이 수화도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요. 다른 지역에서 운전을 배우거나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오시면 제가 동행하는데, 가끔 헷갈릴 때가 있어요. 수화통역사로 오래 활동했다고 해서 다 알아 듣고 완벽하게 통역하지 못해요. 꾸준히 공부하고 내용을 숙지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영상 기기의 발전으로 영상 통화를 통해 통역하는 일도 급증하고 있는데, 주변 상황과 손짓, 기분 등을 함께 파악하지 못해 힘들다고 한다.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통역사가 농아인 상황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판단할 때란다.

“외국인을 통역해주면 상황만 설명하면 되잖아요. 농아인분들은 가끔 상황을 해결해달라고 하실 때가 있어요. 그럴 경우에는 우리가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 하나 고민이 돼요”

고충보단 보람을 더 느낀다는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수화를 배우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어려워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인내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분은 꽤 되는데 오랫동안 하시는 분은 많지 않아요. 외국어도 오래 공부해야 늘듯이 수화도 꾸준하게 배우셨으면 좋겠어요”

10여명 안팎 인원만 모이면 수시 개강하니 수화에 관심 있다면, 농아인협회 용인시지회에 문의하면 된다. (문의 031-337-0991)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