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 메이. 위키피디아 화면 갈무리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잠잠해 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여러모로 생활하기 불편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다소 위안이 됩니다. 하지만 빠른 기간에 종식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WHO가 생긴 이래 팬데믹이 선언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네요. 첫 번째는 1968년 ‘홍콩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100만여 명이나 사망했고, 두 번째는 2009년의 신종플루 때 선언됐다는군요. 그러나 이번 팬데믹은 여러 나라에서 상호 이동을 제한하고 있을 만큼 전염성이 높기에 그에 따른 2차 피해가 여러 분야에서 생기고 있는 중이라 더 심각합니다. 

그 중 얼마 전 읽은 뉴스에서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을 틈타서 여성할례(FGM)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쉬고 있는 동안 딸에게 할례를 시키려는 부모들이 대규모로 늘어났다면서, 많은 인권단체와 국제구호단체 등에서 깊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성할례’는 우리에게 없는 일이라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사를 계기로 자료를 검색해봤더니 전 세계에 살고 있는 2억 명의 여성들이 이 미개한 풍습인 할례를 경험했다고 하네요.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90% 이상의 여성들이 할례를 당했다고 하니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비인간적이고 미개한 일을 없애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 중 한명이 아일랜드 출신 가수이자 작곡가이며 프로듀서인 이멜다 메이(Imelda May)입니다. 그녀는 이미 여성할례를 경험했던 소말리아 출신의 여성운동가를 후원하면서 직접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의 유명세로 많은 유명인들이 할례에 관심을 갖도록 영향을 끼치고 있답니다.

이멜다 메이의 위치가 어느 정도냐 하면, U2의 리더 보노가 이야기하기를 “그녀는 아일랜드의 또 다른 여왕이다”라고 공언할 정도입니다. 밥 딜런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자기는 이멜다 메이의 팬이라고 극찬했고, 현존하는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명인 제프 백도 그의 기념앨범과 중요한 공연에 함께 하는 믿음을 나타내는 실력 있는 가수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셀 오바마와도 긴밀한 친분을 가지고 있는 등 여러 분야의 인물들과 활발한 친교를 맺고 있어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어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블루스를 좋아해서 자연스레 음악을 하기 시작했고,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할 때 일기를 쓰는 것 같은 마음으로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잊을 수 없는 해인 2002년에 본인의 밴드를 결성하고, 이듬해에 남편이자 기타리스트인 대럴 하이암과 첫 앨범을 발표했어요. 그 이후 비단길을 걸어왔던 실력파예요. 허스키하면서 담백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시원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빌리 할리데이와도 비교되는 가수라고 평가를 받고 있어요. 스타일 자체는 로커빌리 리바이벌 스타일의 뮤지션으로 불리지만 한 장르에 속하지 않고 재즈, 팝, 로큰롤, 블루스까지 모두 섭렵한 팔방미인이에요. 그러나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도 이름을 날리면서 여러 악기도 능숙하게 다루고 있어서 그녀 이력을 보면 ‘멀티악기 연주자’라고 명명해 놓았네요. 이런 사람이 최근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문제에도 효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이멜다의 음악적 매력보다 사회운동 쪽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아서 신경은 쓰이지만, 아직 뮤지션생활을 시작한지 20년이 채 안된 그녀의 음악적 발전은 진행형이라 앞으로도 독자들과 만날 기회는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멜다의 음악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색을 표현하고 있다 보니 어느 한곡만 쏙 뽑아서 내놓기가 곤란한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재즈나 팝 록큰롤 어느 한 장르에도 치우침 없이 골고루 다 멋집니다. 그 중 조금 더 블루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Too Sad To Cry’를 골라봤는데, 그녀가 부르는 이 곡은 가스펠의 여왕 마하리아 잭슨의 분위기를 닮았습니다. 인트로의 절제된 북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엄숙함을 갖고 그녀의 보컬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그렇고, 음악 전곡에서 흐르는 중압감은 귀를 떼지 못하게 하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또한 ‘너무 슬퍼서 울지 못하겠다’는 가사 전달력이 그렇습니다. 이멜다 메이는 노래를 부를 때 일기를 쓰듯 자기 생을 옮겨놓는 심정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곡을 부를 때, 그녀는 지금도 비인간적이고 미개한 일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을 생각하며 ‘마음 속 눈물을 흘리며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가사내용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요. 

이멜다 메이의 Too Sad To Cry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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