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15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혹독한 겨울과 함께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임진왜란 직후였던 조선은 특히 전염병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전염병으로 많은 인력이 희생되면서 농경활동이 어려워졌고 반복되는 홍수로 민심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의서들이 사라졌고, 백성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선조는 허준에게 새로운 의학서적 편찬을 지시했다. 허준은 여러 의서들을 찾아서 분류해 정리한 <동의보감>을 1610년 완성했다. 

1613년 광해군 5년, 여러 번 돌림병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수구문 밖에 시체들이 서로 겹칠 정도였는데 민심이 흉흉해졌다. 특히 몸에 발진이 발생하면서 고열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생겼는데, 특히 함경도에서 심했다. 독한 전염병을 ‘독역’이라고 불렀는데 독역 중에 더 지독한 것에는 앞에 ‘당(唐)’이라는 단어를 붙여 당독역이라 했다. 새로운 전염병은 치료방법도 없었다. 당연히 과거 의서는 물론 새로 편찬된 <동의보감>도 활용할 수 없었다. 광해군은 새로운 전염병을 대처할 방법을 찾을 것을 지시했다. 

허준은 환자를 관찰한 결과 처음에 두통과 몸살이 있은 뒤 몸이 가렵고 피부색이 변하고 부풀어 올랐다가 허물 벗듯 벗겨지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이상기후로 고통 받던 시절이었기에 허준은 병의 원인을 운기학으로 해석했다. 불의 기운의 해에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균의 개념을 알지 못하던 시대였으므로,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 아픈 환자들이 나타나는 것과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나, 기후만으로 질병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허준은 또 다른 개념인 열독을 도입했는데, 독으로 인해서 피부가 바뀌고 고열을 발생하며 심장에 이르러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질병에 대한 정의를 내린 허준은 곧바로 기존 처방들을 찾아서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예방을 위해서 팥, 검정콩, 녹두, 감초를 먹을 것을 권고하고 석웅황 가루를 코에 바르라고 했다. 해열 진통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약초들을 제시하고 약을 구할 수 없는 경우 배설물이나 과일을 사용하는 민간요법도 함께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큰 피해를 봤다. 이듬해인 1614년 후금 침략에 대비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1613년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1만여 명에 이르러 변경에 사람이 없어 막기 어렵다는 대목이 나온다.

빨간 반점이 발생하는 열병은 서구에서도 치명적인 질병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서구에도 약초를 이용한 치료를 시도했지만 치료효과는 좋지 못했다. 1870년 사무엘 지라는 영국인 의사는 런던에서 성홍열로 사망한 7세 어린이의 부검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년은 성홍열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심장의 관상동맥이라고 하는 가느다란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심장의 판막과 모양에는 이상이 없었다. 관상동맥 세 곳에 완두콩 크기의 작은 동맥류가 확장돼 있었다. 심장 오른쪽 뒤편에 상당히 큰 동맥류에는 혈전이 있었다. 사무엘 지는 새로운 질병이라는 생각보다 혈관 주변이 염증으로 딱딱한 결절처럼 굳은 것으로만 생각했다. 

1961년 1월 도쿄 적십자병원에 근무하는 가와사키 토미사쿠는 고열과 발진이 있는 4세 아이를 진료했다. 열의 원인을 알 수 없었고 손끝 피부가 벗겨지고 얼마 뒤에 회복됐다. 가와사키는 1962년 지역 의사회에 1964년에는 학회에 결막염과 피부 발진 증후군으로 보고했으나, 당시 의사들은 기존에 알려진 질병의 변형으로 생각했다. 환자들은 열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회복됐고,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던 중 1965년 한 명의 어린이가 갑자기 사망했다. 부검을 실시한 결과 관상 동맥의 혈전이 발견됐다. 심혈관 질환이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단 한명의 환자로 새로운 형태의 질병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66년 발진이 동반된 고열 환자의 심장소리를 주의 깊게 청진한 의사들은 말이 뛰는 것 같은 잡음을 발견했다. 단순한 고열, 발진과 더불어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 확실했다.  

1970년대 일본의 광범위한 역학 조사 결과 심혈관 질환과 관련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거 의무기록을 조사한 결과, 1950년대에도 비슷한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와사키의 발견은 1966년 미국에 소개됐다. 하와이에 근무하던 젊은 의사 마리안 멜리시는 1974년 일본 어린이에게서 발진과 고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고, 이 질환이 가와사키가 발견한 질병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도 1973년 학계에 보고된 이후 1991년에는 1228명이 발병했고, 이후 매년 수백 명의 환자가 치료받고 있다. 주로 겨울과 봄에 발생하며 염증 반응으로 점막에 있는 임파선 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와 아스피린 등의 예방적 치료로 현재는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 아동들 중에 눈에 충혈, 피부 발진, 딸기혀, 피부 벗겨짐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고열과 함께 혈압이 떨어지면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 증후군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역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와사키병’과 달리 연령대가 좀 더 높은 청소년에서도 발생하며, 특히 심장 기능에 이상이 동반하며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코로나19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등교 수업을 앞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모든 전염성 질환의 예방법은 동일하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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