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마을을 잇다-수지구 상현1통 윤연주(60) 통장

상현어린이공원은 남은 숙제

“강원도 주문진 출신이 시집 와 상현동에서 산지 40년 됐으니 이제 여기 사람이죠 뭐.”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윤연주 통장은 맨 처음 타향살이를 시작한 그 때를 회상했다. 처음엔 “뭐 이런 촌동네가 다 있나” 했단다. 주변은 모두 논밭이고 앞뒤로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 있었다. 논두렁 밭두렁이 길이다. 눈 오고 비 오면 왕래가 뚝 끊기는 그런 산골마을이었다. 

마을 가운데에는 조선시대 학자인 정암 조광조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심곡서원이 자리 잡아 지금도 근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상현1통은 심곡서원의 영향으로 서원마을이라 불렸다. 인근엔 대장간마을, 절골마을, 여우굴마을, 평잔뜰마을 등 예쁜 이름의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아직도 눈에 선해요. 미꾸라지를 잡아서 한 솥 끓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하루 3끼를 내내 먹었죠. 정말 인심 좋은 마을이었어요.” 

윤 통장은 전임 통장의 6개월 간 설득에 못 이겨 일을 맡았다. 그간 여자가 통장을 맡아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절대 못한다”며 손사례를 쳤단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워낙 일 잘하고 밝기로 소문한 윤연주 통장은 직을 맡고 난 후 더욱 적극적으로 일했다. 4년차엔 상현동 통장협의회 회장으로 추대 받아 올해 연임하며 통장의 대표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일 잘하는 것으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엔 서원마을에 드디어 상수도관을 설치했다. 우물로 물을 떠서 쓰던 마을에 윤 통장과 몇몇 주민단체가 힘을 모아 해낸 일이었다. 

하지만 윤 통장은 지금도 예전의 서원마을이 그립다. 정월대보름이면 윷놀이 척사대회가 열려 심곡서원 앞이 시끌시끌했다. 수지사람은 다 모인다고 했을 만큼 큰 행사였다. 효의 고장답게 경로잔치 한 번을 열어도 온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제대로 치러냈다. 

“이제는 70~80대 어르신들만 계시니 행사도 열지 못해요. 마을 집들은 다 60~100년이 다 돼 가니 삭막하고요. 곧 심곡서원 앞에 역사박물관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마을에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집들을 겉으로라도 보기 좋게 고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윤연주 통장은 상현동의 숙원인 공원 설치가 또 하나 남은 숙제라고 했다.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선 마을에 제대로 된 공원이 하나 없어 마음 놓고 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청회를 열고 주민 서명운동을 벌인 끝에 그나마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시의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다. 오래된 아파트 벽화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이곳은 더 이상 상현동 사람들만의 마을이 아니에요. 마을 주민들과 시가 의지를 갖고 아름답게 꾸며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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