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상단여백
HOME 연재기사 이동훈 원장의 재미있는 의학이야기
코로나19와 냄새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 승인 2020.05.18 11:48
  • 댓글 0
냄새측정기, 가는 유리관에 냄새물질을 집어넣은뒤 측정했다.(1888)

기원전 55년 로마의 루크레티우스는 냄새가 다양한 모양의 작은 물질이 콧속의 작은 구멍에 들어가서 인지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작은 원자들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한 소위 ‘원자론’이다. 현대 과학과 비슷한 이 생각은 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잊혀졌고, 중세에는 무신론적인 위험한 사상이라고 간주돼 금기시됐다.

냄새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보편적으로 좋은 향은 몸에 좋고, 불쾌한 냄새는 해롭다고 생각하며 피했다. 부패하거나 독성이 있는 경우, 자극적인 냄새가 퍼지기 때문에 당연한 생각일 수 있다. 냄새에 대한 이런 생각은 동·서양 모두 나쁜 공기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동양에서는 찬바람의 나쁜 기운이 코의 피부를 상하게 해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코가 막히는 원인으로 폐가 상해서 기가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감기와 폐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후각 능력을 회복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데, 코가 막힌 것을 뚫어보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창포를 가루로 만들어 솜에 싼 뒤에 코에 넣으면 코가 뚫린다는 기록이 있다. 심지어 쇳가루나 엉겅퀴 풀을 달인물을 코에 넣어보기도 했다. 코에 직접 넣는 방법 이외에도 도라지, 마황, 박하, 감초 등 다양한 약초들로 치료를 시도하기도 했다. 도라지는 진해 성분이, 마황은 에페드린과 같은 기관지나 비점막 수축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 함유돼 있으나 심혈관 위험성이 있다.

냄새에 대해 본격적인 관찰은 18세기 스웨덴에서 활동한 린네라는 과학자에 의해서다. 18세기 현미경이 보급되면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미생물이 발견됐다. 린네는 그동안 발견된 생물과 식물들을 계통별로 분류해 찾아보기 쉬운 차례를 만들어 냈다.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린네 분류학에 의해 인류는 영장류에 포함돼 있다. 특히 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린네는 각 식물에서 발생하는 냄새들을 박하향, 꽃향기, 자극적 냄새 등 7가지로 분류했다. 그러나 린네는 어떤 형태의 기전으로 냄새를 인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성분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에 냄새를 맡아 약재 감별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오류가 많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일부 학자들은 린네의 냄새 분류가 약초 효능 중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초가 아닌 곳의 냄새들은 빠져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흔히 난방을 위해 나무나 숯을 태울 때 나는 냄새는 린네 분류에 없었다. 새롭게 추가되는 항목이 늘어나면서 냄새의 종류는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냄새는 사람들마다 느끼는 정도가 달라 측정하기 어려웠다. 1888년 독일의 한 생리학자는 냄새를 연구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짧은 파이프에 냄새를 넣어 콧속으로 주입하는 간단한 기계였다. 다양한 농도의 냄새들을 맡게 해 실제 후각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인간이 약 1만 가지가량 서로 다른 냄새를 구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냄새 분자는 코 안쪽에 작은 세포들을 자극하게 되고, 이 자극은 뼈의 작은 구멍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신경세포는 일반적인 현미경에서 잘 관찰되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1873년 이탈리아의 골지가 세표 벽에 질산을 묻혀 굳혀서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골지의 방법은 모든 신경세포들을 볼 수 없었지만, 가늘고 긴 신경줄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현상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골지 방법으로 신경 연구가 이어지면서 코 점막에서 후각 신경과 연결되는 작은 섬모들이 발견됐다. 이 섬모에 각종 냄새분자들이 자극을 주고 그 신경 줄기들이 뇌에 신호를 전달해 냄새를 인지하게된 것이다.

후각 세포들은 일정 주기를 가지고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 세포들은 재생을 거의 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이한 경우다. 또한 자극이 지속될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데, 반복되는 자극을 차단하는 기전이 있기 때문이다.

이동훈 원장

최근 후각과 미각도 ‘코로나19’ 증상에 포함됐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도 후각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콧물감기, 목감기, 독감 등의 바이러스들은 후각세포 주위에서 염증 반응이 발생할 경우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 정확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신경은 재생이 느린 반면, 점막 재생은 빠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염증 반응의 정도에 따라 재생된 신경세포로 후각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일부 환자는 상당기간 냄새를 맡지 못할 수도 있다. 과거 다양한 전통적 방법은 자연 회복된 것을 치료 효과로 생각했던 경우도 있다. 후각 역시 신경계 질환으로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webmaster@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