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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의 ‘아름다운 사람’
  •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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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화면 갈무리

살아오면서 자기가 좋아하고 꿈꾸어왔던 일을 평생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시지요?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하면 평생 즐거운 이야기만을 주위와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고,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아무 걱정 없이 그랬으면 싶었을 테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으면 그 역시 그러했을 테지요. 하지만 아무리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먹고 살만한 바탕이 없다면 그게 가당키나 할 일인가요. 어쩔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그런 이유로 꿈으로만 간직하며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 겁니다. 아마도 약간의 경제적 지원만 있었더라도 꿈을 펼칠 수 있을만한 이들이 꽤 됐을 거에요.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 같은 경우 가난한 음악인들에게 음악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도록 밥만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더군요. 이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수십 년간 음악활동을 해오며 세계적인 재즈아티스트로 인정받은 가수 나윤선씨의 인터뷰에서 들은 거니까 믿을 수 있는 이야기겠지요. 참 부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랑스정부는 문화예술분야 발전에 큰공을 세우고 문화보급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인 사람에게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수훈한답니다. 순서와 종류별로 보면 슈발리에. 오피시에. 꼬망되르 이렇게 3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2009년 슈발리에장을, 2019년에 오피시에장을 받은 대단한 가수가 바로 나윤선이에요. 물론 한국인 중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장을 받은 이는 배우 윤정희, 영화감독 봉준호, 화가 김창열 등 여러분이 있지만 우리나라 보컬리스트로서는 나윤선이 최초였답니다. 더군다나 10년 주기로 두 개씩이나. 그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가수라는 이야기입니다.

나윤선 칭찬을 하려면 끝이 없습니다. 프랑스의 언론에서는 “오늘날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재즈싱어는 한국 사람이다. 그 이름은 나윤선이다. 그녀는 재즈보컬 역사와 전설을 이어갈 운명을 지닌 유일무이한 아티스트다”라고 평했어요. “그녀의 음악은 CD로 듣는 것보다 라이브로 듣는 것이 백만 배의 감동을 얻는다”라는 평도 나왔답니다.

2013년에는 최고의 공연예술가들에게만 무대를 내준다는 프랑스 최고의 극장 ‘샤를레’에서 단독공연을 했는데, 그곳에서 공연한 쟁쟁한 음악가들도 보통 길어야 5분정도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것에 비해 나윤선의 공연에서는 좌석을 꽉 매운 관객들이 15분가량 기립박수를 보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나윤선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인 소양을 주변에서도 알아줬을 것 같지요? 그렇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답니다. 부모님이 모두 이름만 대면 알 수있을만한 저명한 음악가인데,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음악공부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대요. 대학에서도 불문학을 전공했고요. 그녀가 음악을 하겠다고 나셨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던 첫 이야기는 “너 노래는 부를줄 아니?” 였다는군요.(하 하)

그런 그녀의 재능을 가까운 친구가 알아보고 끊임없이 자극하고 격려해주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데모 테이프를 보낼 것을 권유해서 뮤지컬배우로 발탁되게 만들었답니다. 그 후로 두 편의 뮤지컬에 출연하고 나니 음악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그친구가 말해주기를 “클래식을 하기엔 너무 늦었으니 재즈를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줬대요. 그렇게 27살이라는 음악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인 1995년, 샹송은 좋아했지만 재즈라는 것이 뭔지 전혀 몰랐던 상태로 3년만 공부하고 돌아오자는 마음으로 유럽 최초의 재즈학교가 있는 프랑스로 날아가서 재즈공부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정말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에 써야 할 것 같아요.(하 하)

나윤선의 음악을 들으면 성량이 풍부하고 허스키한 잘 알려진 여성 재즈보컬리스트들의 보이스와 달리 아주 맑고 고음의 목소리를 가졌어요. 물론 나윤선도 처음에는 ‘엘라 핏츠제랄드’나 ‘사라본’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보려 했다가 한계를 느껴 재즈를 그만 두려고 했었대요. 그러다가 그녀가 다녔던 프랑스의 재즈학교 담당 교수가 다른 목소리의 가수들 곡을 들려주며 나윤선만의 매력을 일깨워주며, 나윤선의 목소리야말로 최고라는 격려와 지도 덕에 빛을 보기 시작한 거였대요. 그런 스승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윤선은 없었을 테지요.

나윤선의 잘 정돈된 목소리로 부르는 곡중에 필자가 선곡한 곡은 ‘아름다운 사람’인데 이곡의 원작자가 바로 나윤선이 데뷔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연출가이자 그 유명한 ‘김민기’랍니다. 요즘은 인물검색을 하면 ‘국회의원 김민기’가 먼저 뜨지만 한동안 김민기라고 하면 ‘친구’ ‘아침이슬’만으로도 설명되는 1970년대 저항의 상징으로 누구나 다 알던 이였어요. 어쨌거나 김민기가 본인이 음악적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줬던 인연 때문이었는지 자신의 정규앨범에 김민기의 서정적인 곡 ‘아름다운 사람’을 넣었네요. 이 곡은 당연히 김민기도 불렀고, ‘누구 없소’로 유명한 블루스 가수 한영애가 활동했던 ‘현경과 영애’라는 듀오도 불러서 많이 알려진 곡이예요. 이 곡을 재즈로 편곡해서 불렀습니다.

재즈는 듣고 보면 우리생활 속에 너무도 친근한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광고나 드라마 배경으로, 또는 카페에서, 건물 로비에서 아주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나윤선의 ‘아름다운 사람’을 듣다 보면 “어? 이것도 재즈야?”하고 물을 지도 모릅니다. 그 대답을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네! 재즈 맞습니다”

나윤선의 ‘아름다운 사람’ 들어보기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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