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

바람이 한 번 불고 나니 숲이 변하고, 비가 한 번 오고 나니 숲이 푸르러 진다. 그러는 사이에 어린이날이 찾아왔고, 어린이날은 입하(立夏)였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순간 여름이 오고 만 것이다. 나물 좀 뜯어 먹어볼까 하는 사이에 계절은 지나버렸다. 숲에서 먹을 수 있는 새순들은 이제 거의 억세졌다. 쑥, 냉이, 회잎나물 한번, 찔레나무 한번 꺾어 먹은 것이 전부다. 인심 좋은 지인들이 만들어준 쑥개떡과 쑥된장국이 올 봄의 보약이었다. 숲이 주는 여름의 먹거리로 산딸기를 기다려 본다. 

숲과 밭은 같은 먹거리 창고이지만 그 시기에 있어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미 숲에서 한소쿠리 해다 먹었다면, 밭은 아직 허허 벌판이니 말이다. 입하 전에는 날이 들쭉날쭉해서 얼어 죽을 수 있는 농작물들은 심지 않는다. 마음 급한 초보 농사꾼이 올해도 욕심을 부려 심은 농작물들은 한번 좋지 않았던 날씨에 냉해를 입었다. 심었을 때보다 때깔이 좋지 않다. 왜 이리 싹이 더디 나냐며 눈총을 받던 감자와 쌈채소만이 튼튼한 잎을 내고 있다. 

필자가 모르는 쌈채소가 있길래 밭주인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어머니가 어렸을 때 해주셨던 나물이라며 한 봉지 뜯어주셨다. 데쳐서 고추장에 버무려 먹으라며 넉넉히 주셨다. 처음 먹는 건데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집에 와서 바로 무친 나물맛은 참나물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분명 식당에서 먹어봤음직한 맛이다. 딱히 무슨 식물인지 아주머니도 이름을 모른다는데 필자도 알 길이 없다. 꽃이 피기를 기다려야겠다. 그때 아! 하고 무릎을 칠 수 있을까? 이제 고구마를 심을 때다. 줄기를 눕혀 묻어서 뿌리를 내리는 고구마는 처음에 심고 물을 잘 주어야 죽지 않는다. 심은 다음날 비가 오면 참 좋겠다. 요령 없는 사람이 요행을 바란다. 밭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심고, 따고, 살펴보고를 반복하다 보면, 그래서 자연의 섭리를 조금씩 더 알다 보면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주는 대로 먹게 되겠지. 욕심도 조금 내려놓게 되겠지.

씀바귀

길가에 고들빼기가 예쁘게 피어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가로수 밑에도 화단 옆에도 땅이 있는 곳이라면 요즘 고들빼기가 한창이다. 가지가 단단하고 노란색 작은 꽃들이 모여 핀 것을 몇 개 꺾어다가 꽃병에 꽂았다. 남편이 씀바귀냐고 묻는다. 필자와 숲을 함께 다닌 지 십년이 넘어가면서도, 그렇게 고들빼기김치를 좋아하면서도 아쉽게도 꽃이 핀 고들빼기는 알아보지 못한다. 고들빼기도 씀바귀도 민들레도 정말 맛있고 몸에 좋은 나물이다. 모두 국화과 식물이고 꽃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씨앗에 날개털이 달려 멀리까지 날아간다. 식물을 꺾었을 때 하얀 즙이 나오는 것도 같다. 하지만 민들레는 훨씬 큰 꽃을 피우니 구별이 확실하다. 나머지 두 식물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구별 포인트는 간단하다. 꽃줄기에 잎이 나면 고들빼기, 잎이 나지 않으면 씀바귀이다.  

필자는 올해 텃밭에 흰민들레를 심었다. 노란 꽃이 피는 서양민들레는 뽑아내지만 흰민들레는 약초라며 텃밭에서도 잡초취급을 하지 않는다. 흰민들레도 서양민들레와 다를 것이 없을 텐데,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시선은 잡초도 약초로 만든다. 여름내 민들레 잎으로 쌈 싸먹고 샐러드 할 생각을 하니 벌써 건강해지는 것 같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