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인구 남사면 북1리 최병호(55) 이장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엔 반대서명 모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북1리 당하동마을은 20여년 전 전원주택 24가구가 아담한 마을을 이루던 평화로운 곳이었다. 남사북1리에서 13년간 이장을 맡고 있는 최병호 이장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했던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0년 즈음 주변에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마을의 분위기는 한 번에 바뀌었다. 최 이장은 휴대전화로 지도를 보여주면서 안타까운 당하동마을의 사연을 전했다. 

“여기 보시면 작게 보이는 이 사각형 부분이 우리 당하동 마을이에요. 마을 아래에 레미콘 업체, 건축폐기물 처리업체, 돌을 깨서 모래로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왔어요. 전부 공업업체죠.”

용인시가 2010년 남사면 북리 일원의 자연녹지지역을 일반 공업지역으로 용도 지역을 변경하면서 당하동 마을 인근은 대규모 공업단지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시는 북1리에 북리공업단지 조성 계획을 세웠고 제조업체들을 적극 유치해 도시자족기능을 확보해 경기 남부지역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도로 등 기반시설은 고사하고 마을 바로 코 앞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먼지와 악취로 문도 제대로 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주민들의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업체와 주민간의 갈등도 수시로 나왔죠. 그때마다 주민들도 업체도 이장인 저를 찾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여간 속상한 게 아니에요.”

최병호 이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고 이웃이 서로 교류하며 지냈던 평화로운 당하동마을이 언젠가부터 초저녁이면 마을의 불이 다 꺼져 유령 마을이 되고 인근 상권은 모두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봐 온 장본인이다. 사랑방 역할을 했던 마을회관도 이제는 쓸쓸한 모습이란다.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사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단다. 최 이장 외엔 마을 주민 80%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고령화돼 딱히 나설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책임감은 누가 시켜서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생겼다. 

최근엔 당하동마을 북쪽으로 또다시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듣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시와 경기도에 반대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 조성된 북리공업단지로도 힘든데 마을 북쪽으로 15만평 규모의 산업단지가 계획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을의 보존을 위해 정말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모든 주민들의 힘을 모아 반대서명 운동을 벌였는데 아직 결과는 듣지 못했어요.”

최병호 이장은 인터뷰 내내 당하동마을의 미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마을의 변화는 이미 노인이 된 마을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최근에 남사 한숲시티가 들어오면서 7500세대 큰 동네가 하나 생겼잖아요. 농촌에 갑자기 대규모 도시 하나가 생긴 거예요. 그렇다보니 그쪽 통장들과의 협의도 힘들고 또 관심이 모두 그쪽으로 쏠려있어요. 우리 주민들의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도 없어요. 당하동마을이 함께 행복한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시에서도 정치인도 인근 주민들도 관심을 갖고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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