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이제 일상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애초에 용어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정치색체 강한 논쟁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이 전염병을 코로나19라고 부른다. 여기에 일상용어화 된 것이 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난기본소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부분이라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며, 재난 기본소득 역시 본격적로 지급받고 있으니 어떤 의미의 것인지 대부분 알 것이라 본다. 

이 각각의 용어는 아주 빠른 시간에 우리 일상에 파고 들어왔으며, 많은 영향을 줬다. 물론 인류학적 시간이 만든 사람의 습성을 한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 전염병은 우리 삶에 많은 부분에 변화를 촉구했다. 

용인시 주요 기관장 업무 추진비 사용 현황을 살폈다.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용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할 동안 기관장들의 동선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공식화 한 뒤 공직자들의 참여도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어느 언론에서 먼저 이 아이템을 기사화해 결과적으로 따라하는 꼴이 되긴 했지만 하루 종일 자료를 취합하니 두 가지가 보였다. 한계와 가능성이었다. 

일반적으로 판공비라고도 하는 업무추진비는 수당 이외에 직무 수행을 위해 별도로 지급하는 비용으로 공무처리에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 용도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용인시 등 행정기관이 공개한 자료만 봐도 어떤 사람들과 어떤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영수증까지 더해져 있지 않아 더 세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겠지만 분명 필요한 곳에 사용했을 것이다. 

가능성부터 말해보자. 올해 2~3월은국가 차원에서 정지된 시간이다. 많은 국민이 격리에 준할 만큼 자발적으로 이동을 통제했다. 개학이 늦춰졌을 당시만 해도 환호를 지르던 학생들 입에서는 ‘학교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신은 지쳤다. 그래도 조금만 더 참으면 다시 일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외출을 자제했다. 

용인시 행정기관이 이 기간 사용한 업무추진비와 지난해 같은 기간 사용한 내용을 살펴보니 일부 늘어난 기관도 있지만 대체로 비용도 횟수도 줄었다. 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분명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역할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백군기 시장의 3월 업무 추진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고 이 기간 아무도 만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방역 일선에 선 직원 격려에 나섰다. 그간 습관적 업무추진비 사용도 바꿀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치가 생겼다.

그러면서도 한계도 느껴진다. 물론 코로나19 정국에도 시급을 요하지 않는 모임에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다는 지적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 보다는 집행대상에서 시민은 늘 한발 떨어져 있다는 것에 큰 한계를 느낀다. 시민은 ‘맛난 밥 한 끼’를 공(물론 아니지만)으로 먹을 수 있는 기회보다 이 상황을 시민과 함께 해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동질감에 공감하지 않을까. 당연히 방역 최전선에서 수고하는 공무원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격려는 전혀 아깝지 않다. 평소 대민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의 식사비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도 질타할 것은 아니다. 시민 누구라도 마음 넓게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관습을 당연히 여기는 순간 시민 질타가 이어질 것이다.   

그간 시민들이 너털웃음을 보이며 이해한 행정이 제법 있다. 따지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한 그런 부분들 말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많은 부분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를 필두로 각종 과도한 행정도 이제 개선해봐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 정국이 종료될 때 용인시와 시민은 한발 더 가까워져 있는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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