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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격리·폐쇄에 장애인들 지역사회 고립 심화

기약 없이 재활·지역사회 참여 기회 박탈 
재난 대비 장애인 위한 대책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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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의 복지 증진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이번 장애인의 날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기념식이나 관련 행사는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됐다.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지만 한편으론 1년에 한 번 그들의 권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긴 셈이다.  

코로나19는 시민들의 일상을 바꿔 놨다. 마스크 없이는 바깥 외출이 힘들어졌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체온계와 손소독제가 필수가 됐다. 분명 예전과 다른 불편함이지만 어느새 감염병이 몰고 온 생활의 변화에 대부분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장애인의 날, 미처 돌아보지 못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중증장애인인 이성연(47)씨는 지난달 중순 길에서 “이런 시국에 장애인인데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기흥구 소재 한 평생교육시설에서 일하고 있어 매일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걱정돼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골라서 걸리는 것도 아니고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장애인탁구 대표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해석(54)씨는 일할 수 있는 공간마저 뺏긴 경우다. 2월 말부터 연습장으로 이용하던 처인구 마평동 용인종합운동장이 폐쇄되면서 그의 일정은 모두 중단됐다. 박씨는 “명색이 탁구 선수인데 석 달 동안 연습조차 한 번 못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떤 대책이나 기약 없이 마냥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씨는 무엇보다 오랜 기간 연습을 못해 어렵게 쌓은 실력이 한순간 무너지지 않을까 답답하다고 했다. 박씨는 “장애인에게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 ‘재활과 지역사회 참여’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자립생활의 기회를 잃은 장애인을 위한 조치가 분명 필요한데도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9살 지적장애아를 키우는 차(46)모씨는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아이가 다니던 시설마저 폐쇄돼 돌봄 부담을 홀로 떠맡고 있다. 차씨는 “교육부가 긴급돌봄 대책을 마련했지만 특수아동을 위한 돌봄은 빠져있었다”면서 “잠시 여유를 가질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차씨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면서도 “이제는 오히려 개학 이후를 걱정하게 된다. 지금 생활 패턴에 익숙해진 아이가 다시 학교에 적응해야하는데 장애 특성상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장애인들은 코로나19로 바뀐 생활방식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도 호소하고 있다. 우리동네평생교육학교 임해옥(49) 팀장은 “장애인들은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한정된 시설조차 두 달 넘게 가지 못하자 체중이 급격히 늘거나 근육이 굳는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장애인들의 하루 일과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필요에 따라 맞춘 것인데 코로나19 이후로 의도치 않게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어 회복하려면 또다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재난 시 장애인에 대한 대응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격리와 시설 폐쇄가 이뤄지고 있지만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3일 경기도청 정문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같은 재난에 장애인 안전 등 권리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기열 집행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재난을 겪으며 집단 거주 시설들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격리하는 방법 외에는 어떠한 매뉴얼도 만들지 않고 있다”며 “중증장애인들은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분리되고 감금돼 혼자 고립된다. 재난 시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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