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카니페

우리 집 앞 작은 공원에는 벚나무가 많다. 겨울에는 나무 위 하얀 눈이 꽃처럼 아름답고, 가을에는 빨간 단풍에 가슴이 시리고, 여름 그 초록의 이파리는 분수 물줄기 소리와 어우러져 강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하지만 벚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바로 지금 4월이다. 연분홍 꽃망울이 몽글몽글 피어날 때부터 설렌다. 언제 팡 터질까? 매일창문에 서서 벚나무들을 확인한다. “팡”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그 때부터 가슴이 마구 설렌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4월 그 작은공원은 손님맞이로 바쁘다. 아주 이른 아침에는 새들이 벚꽃을 찾아온다. 짹짹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오늘은 참새들이 찾아 왔나 보다. 참새가 심술을 부린다. 벚꽃을 부리로 똑똑 따서 통째로 떨어뜨리고 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따뜻해진 아침에는 아파트 어린이집 친구들이 선생님과 찾아온다. 선생님은 비눗방울을 불고, 그 비눗방울을 잡으려 친구들은 종종 걸음으로 뛰어 다닌다. 어린이집 친구들이 돌아가면 근처 고등학교 친구들이 선생님과 함께 찾아와 1시간씩 머물다 간다. 선생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실까? 학생들은 무얼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시간이 오후로 흘러간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벚꽃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다. 아무 생각 없이 햇빛 잘 드는 거실에 앉아 창밖을 지켜보노라면 하루가 행복해진다. 작년까지 우리 집 앞 공원 이야기이다. 올해 참새는 여전히 찾아오지만 어린이집 아이들도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내년에는 다시 찾아오겠지. 마냥 기다려진다.

이때쯤 나는 숲에서 무엇을 했을까? 작년을 되새겨 봤다. 숲에는 벚꽃이 피기 조금 전 꽃 먼저 피는 나무들이 숲을 수놓았다. 4월 숲 수업은 진달래, 개나리, 올괴불나무, 히어리, 생강나무, 산수유, 목련, 매화, 복숭아나무, 사진을 펼쳐 놓고 공통점을 찾아봤다. 승연이가 너무 빨리 정답을 말했다.

“승연이 합죽이가 됩시다, 합! 다른 친구들 이 사진의 공통점이 뭘까요?” “승연이가 말하는 거 다 들었어요.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요” “와~ 정답! 그럼 왜 이 나무들은 그런 전략을 사용할까요?” “벌과 곤충들이 더 빨리 찾을 수 있게 하려구요” “세상에, 내가 천재들하고 수업을 하는구나! 그럼 우리 숲으로 가서 이 중 하나인 진달래를 찾아볼까요, 출발~”

우리는 다른 때보다 더 깊이 숲으로 들어갔다. 4월의 숲은 이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작은 잎들로 연한 초록의 세상이다. 우리는 분홍 진달래를 찾으러 계곡을 건너고 또 건넜다. 한참을 가도 진달래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대장 아인이가 말했다.
 

아이들이 몸놀이를 하고 있다.

“애들아, 진달래가 안보여. 대신 우리 나뭇잎을 따서 애벌레한테 주자. 선생님, 애벌레 나왔어요?” 어떻게 알았지. 벌써 참나무의 자그마한 잎들에 구멍이 송송 나있었다.
“응, 작은 애벌레들이 나뭇잎에 구멍을 뚫고 있던데” 아이들은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마음에 드는 나뭇잎을 따 모았다.

“선생님, 이 나뭇잎은 폭신폭신해요, 선생님, 이 나뭇잎은 모양이 예뻐요. 이 나뭇잎은 먹을 수 있어요? 애벌레들이 나뭇잎들 주면 좋아할까요?”
애벌레에게 줄 나뭇잎을 바구니에 담아 우리는 다시 숲을 내려왔다. 돗자리에 앉은 우리는 물 한잔으로 목마름을 달래며 진달래 없음을 아쉬워했다. “짠, 진달래 여기 있지” 미리 준비해 간 진달래를 아이들 앞에 내밀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본격적인 진달래 까나페 준비를 했다. 대장 아인인 진달래를 물로 씻는 담당이었다. 우진이, 승연이, 라윤이는 식탁을 세팅했다. 식탁보를 깔고, 접시를 놓고, 함께 마실 자스민 차를 준비했다. 유일한 청일점 호준이가 자신의 과자를 접시에 담았다. 과자를 그림이 있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진달래 씻기와 식탁 상차림이 끝나면 드디어 과자 위에 진달래를 놓고, 그 위에 돌나물을 얹고, 다시 그 위에 딸기잼과 요거트를 뿌려 진달래 까나페를 완성했다.

낯선 것은 두렵다. 친구들은 진달래 먹기를 주저했다. 나부터 맛있게 까나페를 먹었다. 그럼 쭈뼛쭈뼛 친구들이 따라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는 그 맛에 아이들은 다시 까나페를 만들었다. 친구들이 직접 진달래,
돌나물, 잼, 요거트를 올려 까나페를 완성했다. 반응은 처음과 달랐다. 잽싸게 자신의 까나페를 집었다.

“한 번 더?” 다시 한 번 더 까나페가 완성되고, 이제 아이들은 까나페 맛을 기억한다. 이때쯤 아이들은 진달래 맛이 궁금해진다. 씻어놓은 진달래를 냉큼 집어 먹었다. “어떤 맛이에요?” “모르겠어요, 약간 새콤해요” 우리의 봄 식탁은 이로써 끝이 났다.

신나게 몸 놀이를 할 시간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응용한 “진달래꽃이 춤을 춥니다” 놀이를 한다. “진달래꽃이 춤을 춥니다”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진달래꽃이 빙글빙글 돕니다” 빙글빙글 돌았다. 너무 어지러웠다. “진달래꽃이 앉았습니다”

일어날 때 힘이 들었다. 진달래가 수많은 몸짓을 했다. 집에 가자~ 봄 숲 진달래로 실컷 놀았지만 아직 집에 가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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