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갈무리

196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통기타 바람은 어쩌면 문화혁명으로까지 비추어질 만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음악 주류와 완전히 다른 포크라는 장르가 미국의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우리 땅에 상륙하면서부터 ‘통기타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였지요. 1960년대 후반부터 생겨난 통기타 세대의 의의는 단순히 통기타로  포크음악을 연주했다고 해서 문화혁명의 주류로 불린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는 기성세대들이 가졌던 음악의 소비주체가 청년들에게 옮겨졌다는 뜻이에요. 그 당시 소비주체들은 세월이 지나 지금은 음악의 생산주체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색소폰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예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 멋지게 색소폰을 부는 모습에서 색소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정의를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시작했건 그것은 중요치 않은 일입니다. 어찌했든 어디서나 색소폰 동호회는 쉽게 볼 수가 있고, 그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음악활동 생산이 대세라는 것이지요. 

색소폰은 지금으로부터 18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악기입니다. 반주용으로 연주되는 통기타에 비해서 보컬을 연주로 대신할 수 있는 최고의 악기라고 해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필자가 가끔 사회자로 음악이 있는 행사를 진행할 경우, 색소폰 연주자가 있다면 필히 연주를 요청하는 곡 중에 ‘I Can’t Stop Loving You’가 있어요. 비교적 많은 체력이 필요한 테너 색소폰으로 연주되는 이 곡을 듣고 있자면 ‘명곡이라고 불리는 곡은 이유가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납니다. 기가 막힌 명곡을 노래한 가수가 바로 레이찰스(Ray Charles)입니다. 

워낙 유명하고 대중음악계에 끼친 영향이 지대한 가수인지라 팝송에 관심이 크지 않은 사람들도 그 이름이나 노래 ‘Georgia on My Mind’나 ‘I Got a Woman’, ‘Unchain My Heart’, ‘Hit the Road Jack’ 같은 곡은 익숙하게 알고 있을 정도지요. 특별하게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라 시력마저 잃어버린 그가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가수 생활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의 인생은 생각처럼 그렇게 화려하거나 말끔하지는 않았어요. 술과 약물에 취해 지내온 인생이라고나 할까요.

지금 들어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곡을 1950년대 만들어 불렀던 레이 찰스는 유명한 음악잡지인 롤링스톤즈가 2008년에 특집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100명을 선정했는데요. 거기에서 2위에 올려놓았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가 증명됐던 가수였고요. 스티브 윈우드, 조 카커, 밴 모리슨, 에릭 버든 같은 수많은 거물 뮤지션들이 그에게 음악적 영향을 받았다고 줄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랬던 그가 죽기 바로 전에 무슨 직감이라도 알았는지 평생 해보지 않던 듀엣 앨범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네요. 결국 이 앨범은 레이 찰스의 유작이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앨범이 레이 찰스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더군요. 

앨범 제목은 ‘Genius Loves Company’인데 레이 찰스가 죽고 난 다음해에 열린 ‘제4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딩, 올해의 앨범. 최우수 팝 앨범 등 8개 부문 수상을 한 명작입니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색은 레이 찰스가 곡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레이 찰스와 꼭 함께 부르고 싶었던 곡을 함께 부른 가수가 팬 입장에서 선택했다는 점이에요. 함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면면도 대단합니다. 엘튼 존, 다이아나 크롤, BB King, 나탈리 콜, 글래디스 나이트, 마이클 맥도날드, 조니 마티스, 밴 모리슨, 윌리 넬슨, 보니 레이트, 제임스 테일러 그리고 노라 존스. 그러다 보니 노래의 장르도 재즈, 컨트리, 블루스 등이 담겨 있는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은 레이 찰스의 멋이 그대로 전해지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 노라 존스와 함께 부른 ‘Here We Go Again’을 쏙 빼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원래 컨트리 곡으로 만들어진 곡인데, 레이 찰스가 1967년에 블루스 스타일로 불러서 히트했던 곡이었어요. 그 곡을 레이 찰스의 오랜 팬이었던 노라 존스가 꼭 함께 부르고 싶다고 선곡해서 다시 취입했는데, 전작보다 더 히트를 했어요. 들어보면 평소에 꼭 부르고 싶었던 곡을 자신의 우상과 함께 부르게 된 노라 존스의 설레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것 같아 아빠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어요. 이 작업은 저에게 최고의 영광이었죠“ 노라 존스가 나중에 한 말입니다. 레이 찰스가 부르고 노라 존스가 곁에 서서 부른 곡 ‘Here We Go Aga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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