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구 보정35통 김건식(58) 통장

보정35통 김건식 통장

“보정동에서 나고 자랐어요. 고향의 변화 과정을 다 본 셈이죠.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7년여간 보정동35통을 맡고 있는 김건식(58) 통장에게 일을 맡게 된 계기를 묻자 자연스레 “원주민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모든 이·통장이 원주민은 아니지만, 원주민 출신 이·통장을 찾기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김 통장은 그 이유를 ‘애착심’에서 찾았다. 

“부모님 세대가 이장을 맡던 시대엔 마을 주민들끼리 정말 한 가족처럼 지냈어요. 하지만 요즘은 달라요. 지역 일에 누가 관심이나 있나요. 이웃 얼굴도 모르는 판에….”

김 통장은 자율방범대처럼 작은 봉사에서 시작해 주민자치위 사무국장, 통장, 통장협의회 회장까지 맡게 됐다고 했다. 보정동 대부분이 논밭이었던 때부터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는 과정을 다 봐왔던 그였던 만큼 지역 일에 모르는 게 없었던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고향을 위해 누군가는 봉사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김 통장은 “봉사는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뭔가를 바라고 시작하면 금방 그만 두게 된다”며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 나마저 바쁘다고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민들은 때론 통장의 존재조차 몰라주는 때가 많다. 동네 주민들이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데다 통장의 역할도 점점 줄어 뭔가 하려고 해도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늘 힘들다.  

“예전이야 주민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통장을 찾아 해결하셨지만 지금은 통장이 뭐하는 사람인지 묻는 분들도 많아요. 공문을 드리러 가면 “왜 왔느냐”며 거리를 두는 주민을 볼 때면 서운하기도 하죠.”

김 통장이 맡고 있는 보정35통은 특히 작은 단위의 다세대주택이 많아 1~2년마다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도 많다. 김건식 통장은 주민 자치를 강조하며 마을 단위 사업을 늘리고 있는 최근의 정책 방향에 맞춰 통장의 권한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주민들과 함께 각종 마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이·통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마을공동체 사업을 한다고 ‘공모해봐라’ 한들 모이는 사람끼리만 모이지 주민 대다수가 뭉치기엔 한계가 있어요.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나 공동체성이 확대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가 때만 되면 다 같이 모여 밥도 먹고 함께 눈도 치우고 마을도 가꿨던 것처럼 이웃이 똘똘 뭉쳐 함께 하려면 사업 한번으로는 부족해요. 이·통장이 마을 일에 대한 권한이 많아지면 누구보다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겠죠.” 

김 통장은 가장 좋은 예로 주민자치위원들과 주민센터 직원의 힘을 모아 보정동 힐링정원을 꾸몄던 사례를 소개했다. 지역의 유휴공간에 꽃을 심고 가꿔 정원으로 만들면서 자연스레 주민들의 ‘아지트’가 됐고 소통의 기회도 늘었다는 것이다.  

“5월 초 정도 되면 꽃이 만발한 정원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구경을 하세요. 얼굴도 마주보고 인사도 나누고 간만에 웃음소리가 들리죠. 그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김건식 통장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10년 넘게 지지부진 했던 보정동 종합복지문화센터가 설계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며 기대를 보였다. 행정복지센터 옆 넓은 부지에 주민 숙원이었던 도서관, 체육시설, 노인복지회관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최근 백군기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주차장이 협소한 문제에 대해 건의도 했다.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지역 주민들의 공유 공간이 될 센터가 최대한 만족할 만한 모습으로 완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통장을 맡고 있는 한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최대한 목소리를 내야죠. 때론 시가 보여주기식 행정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주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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