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수를 놓다, 72.7cm×60.6cm, Water color on paper

몇 년 전 죽어버린 흰 모란을 애달파하며 그렸던 이 그림은 모란을 사랑하는 주인을 만나 멀리 밀양으로 시집갔다. 몇 년 전 꽃밭에 물을 주며 문득 흰 모란은 고매(高邁)하고, 붉은 모란은 자유로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고매함도, 자유로움도 사랑하는 관계로 붉은 모란 옆에 커다란 흰 모란을 비싼 몸값 주고 사다 심었는데, 이듬해 시원찮게 싹이 트더니 꽃을 피우지 않았다. 정성을 다해 거름을 주고 물도 주었으나 죽고 말았다. 아마도 보리수 그늘 아래 심어서 그랬나 싶기도 한데, 붉은 모란은 같은 자리에서 씩씩하게 잘도 자랐다. 나는 화폭 위에 흰 꽃을 그려 남기는 것으로 흰 모란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꽃에 대한 사랑도 사랑인지라 색도 없고,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는 사랑을 듬뿍듬뿍 주었는데 그 사랑이 파생시키는 흔적은 이렇게 그림으로만 남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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