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4·15 총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역대 최악의 선거 중 하나로 기록될 게 뻔합니다. ‘이번엔 좀 다르려나’ 하는 기대와 달리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거구 획정이 늦어졌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 3월 6일입니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기 시작한 지 두 달여 지나서 말입니다. 일부지만 지역구가 바뀐 용인을·병·정 예비후보는 헛수고해야 했습니다. 유권자들은 올해에도 또다시 행정구역과 선거구의 불일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선거일 전 120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 했지만 경선을 포함해 각 정당의 공직 후보자 추천(공천)이 늦어진 점도 유감입니다. 미래통합당 용인을·병과 정의당은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3월 19일에서야 경선을 마무리하거나 공천을 확정했을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거공보를 받기 전까지 적지 않은 유권자 상당수는 누가 지역구 후보로 나왔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공천이 늦어진 탓(?)에 일부 후보가 내놓은 정책공약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후보 확정이 늦어지면서 얼굴 알리기에도 버거운 후보자로선 억울함을 호소할지 모르겠습니다. 억울함은 유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선택할 후보자 누구인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지역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지 후보자에게 물어보고, 들을 기회와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복병에 후보자들은 정치철학과 정책공약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여파로 지역경제가 위축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 예년 같지 않습니다. 올해엔 사회적 거리두기 만큼 후보자와 유권자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후보는 시민사회단체나 지역 언론 등이 마련하는 정책간담회나 토론회 등에 불참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그것도 대면 선거운동에 제약을 받는 시기에 일부 후보의 유권자와 선거를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칫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넘어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이쯤 되면 ‘굳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나’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주권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뻔한 말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참여는 필요합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정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권자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청원이 특별수사본부를 이끌어낸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민식이법’이 또한 이를 증명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면 앞서 지적한 선거구 획정이나 공직 후보자 추천이 덜 지연될 수 있습니다. 선거에 더 적극으로 참여하면 허술한 정책공약이나 토론회 등에 불참하는 일이 사라질 겁니다.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일도, ‘묻지 마’ 투표도 크게 줄어들 겁니다. 물방울이 모여 냇물을 이루고, 냇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 유권자 한 사람 한사람의 참여가 여러분이 그토록 욕하는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셨나요? 이젠 유권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책과 공약, 인물과 도덕성을 꼼꼼히 따져 내 삶은 물론, 건강한 지역공동체, 나아가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함께 할 적임자를 선택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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