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존 볼드리의 'Morning Dew' 유튜브 화면 갈무리

우리나라에서는 포크라는 장르가 1970년대 들어서서 알려지게 됐지만 미국 쪽에서는 그보다 먼저인 1960년대부터 움직임이 활발했어요. 밥 딜런과 존 바에즈 등이 선두에 서고 많은 가수들이 활동했던 시기였는데, 그 중 캐나다 출신의 보니 돕슨이라는 여성 포크싱어가 있었어요. 이 가수가 첫 번째로 작곡해서 대박난 곡이 바로 ‘Morning Dew’라는 노래예요. 가사 내용을 보면 당시 여타 포크송처럼 가사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른 아침에 숲길을 거닐다가 느낀 분위기를 노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노래를 만든 보니 돕슨은 “핵전쟁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쓴 곡”이라고 했어요. 사실 만든 이가 그렇다니까 그런 줄 아는 것이지 노래만 들어서 누가 의미를 알겠어요? 하 하~  

여하튼 이 곡은 미국의 록밴드인 그레이트풀 데드가 발표해서 첫 히트를 기록한 이후, 곡이 너무 매력적이다 보니 루루, 나자레스, 로버트 플랜트 등 쟁쟁한 가수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앞 다퉈 음반취입을 했어요. 하지만 그 많은 버전 중에서 필자가 단연 첫 손으로 꼽는 것은 롱 존 볼드리(Long John Baldry)의 곡입니다 롱 존 볼드리에 대해서는 전에도 아주 짧게 소개한 적이 있지만, 이 사람의 무게로 말할 것 같으면 그렇게 소홀하게 휙 지나칠 사람이 아니거든요.

블루스 계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에요. 짧게 소개하자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엘튼 존과 로드 스튜어트 같은 가수들이 인간적으로나 가수로서 평생을 우러르며 존경한다는 그런 위치에 있고요. 엘튼 존은 피아노연주자로, 로드 스튜어트는 보컬로 음악생활 초기부터 롱 존이 조직한 밴드 멤버로 함께 활동을 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엘튼 존은 본명도 버리고 롱 존의 이름을 따서 개명할 정도였어요. 또 동성애자인 본인의 성적 정체성을 제대로 알게 해준 은인으로서 고마움을 노래에 담아서 발표하기도 했지요. 짧게 소개하자면, 엘튼 존이 한 여인과 언약한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면서 정신적 혼란에 빠지자 한 술집으로 엘튼 존을 불러서 ‘우리 같은 사람은 결혼하면 안 된다’며 울며 설득한 끝에 파혼을 하게 되었다는군요. 여기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우리도’라는 말이에요. 맞습니다. ‘롱 존’도 동성애자였거든요. 그래서 롱 존이 2005년 세상을 떠났을 때, 신문에 난 기사 제목이 ‘선구적인 게이 블루스뮤지션이 세상을 떠났다’였답니다. 로드 스튜어트는 롱 존이 투병생활을 할 때에도 롱 존의 동성 파트너와 함께 병간호를 꾸준히 하면서 큰 액수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부담해 줄 정도의 사이였어요.

영국에서는 1967년까지 남성 동성애는 강제 약물 투입이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였고, 1970년대까지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입 다물고 있다가 1978년 롱 존이 노래가사에 자신이 게이라고 밝히면서부터 동성애자였던 다른 뮤지션들도 잇달아 커밍아웃을 했다고 하는군요. 여하튼 이 내용은 여기서 맺도록 하고….

롱 존은 동성끼리 들어도 홀딱 빠질 수밖에 없는 부드럽고 깊은 저음의 남성적인 목소리를 지닌 가수이자 유명한 성우였습니다. 아기였을 때부터 얼마나 키가 컸으면 그에 대한 모든 소개에는 키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력에도 키가 2미터라고 적혀있을 정도였기에 아예 이름을 ‘롱 존’이라고 해버렸답니다. 1960년대부터 영국에서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활동하며, 영국의 젊은 블루스와 록 연주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진저 베이커(크림), 제프 백, 브라이언 존스(롤링스톤스의 원조 기타리스트), 믹 재거, 19세의 로드 스튜어트 같은 유명인들이 그의 밴드 일원으로 연주를 했어요. 폴 매카트니와도 친하게 되면서 비틀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사람이기도 해요.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서 미국으로 건너가 솔로활동을 시작하면서 밴드가 아닌 개별적으로 블루스싱어와 성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요. 

이번 주 소개하는 롱 존의 ‘Morning Dew’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블루스싱어와 연주자로서 입지를 단단히 구축한 후에 1976년부터 20년 동안 음악적 동반자로 함께 활동했던 케이시 맥도날드와 함께 1981년도에 내놓은 곡입니다. 원작자인 보니 돕슨이 1962년에 만들어 부른 클래시컬하면서도 청아한 분위기와 완전히 비교되는 블루지한 버전입니다. 

피아노 터치가 나뭇잎 위에 이슬이 굴러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듯 하다가도 이어서 깊은 밀림에서 아침을 열 듯이 매끈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포효하는 롱 존의 모습이 궁금해지게 되는 흐름이고요. 말미의 분위기는 몇 번을 이야기해도 부족한 그의 매력적이고 호소력 짙은 저음으로 읊조리는 부문은 아침 이슬에 촉촉이 젖어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롱 존과 나란히 서서 함께 보는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롱 존 볼드리의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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