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상단여백
HOME 연재기사 정재근이 들려주는 블루스 이야기
켑 모의 ‘Walking Blues’
  •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1 08:48
  • 댓글 0
켐 모의 playing for change 운동으로 진행한 walking blues 잼 공연 영상 갈무리

최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가 피곤할 지경이지만, 그래도 돌아서서 숨 한번 쉬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우리 문화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휩쓴데 이어 음악으로는 방탄소년단(BTS)이 새로 내놓은 앨범<맵 오브 더 소울 : 7>으로 세계 5대 음악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5개국의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네요. 싱글 음악도 내놓자마자 빌보드 싱글차트 4위에 올랐다니 참 대단한 일입니다. 대중음악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표를 ‘빌보드 차트’라고 봅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싱글차트 2위를 7주씩이나 머물면서도 1위를 차지 못했기에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던 당시를 기억하시지요? 빌보드가 이 정도입니다, 

대중음악계에 가장 권위 있는 상은 ‘그래미 어워드’를 꼽습니다. 물론 ‘빌보드 어워드’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도 상당한 상이지만 무게감이 그래미에는 덜하지요. 영화에는 아카데미상, TV에는 에미상, 무대공연에는 토니상과 함께 예술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고 유명한 상이에요. 이런 상이니만큼 아카데미도 외국작품에 대한 차별과 보수색채를 지우고 기생충에 상을 준 것처럼 내년 2월 초에는 BTS가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래미 어워드는 모든 대중음악인들이 꼭 받고 싶어하는 상이니만큼 그 수상자의 면면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그래미상을 다섯 번이나 수상한 사람이 BTS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혹시 아시나요? BTS의 두 번째 앨범에 실려 있는 ‘Am I Wrong’이라는 곡에 관심을 두다 보면 케빈 루즈벨트 무어(Kevin Roosevelt Moore)라는 작곡자가 나옵니다. 케빈 무어라고도 나오고요. 바로 이 사람이 그래미상을 다섯 번이나 수상한 ‘켑 모’(Keb’ Mo’)라고 불리는 블루스의 거장입니다. 이런 사람이 BTS와 어떻게 연결돼 있느냐 하면, BTS의 ‘Am I Wrong’은 켑 모가 1994년 발표한 컨추리블루스 곡을 샘플링한 곡이에요. 그래서 이 곡의 초입을 들어보면 켑 모의 원곡이 그대로 실려 있기에 이미 K-POP 팬들에게는 목소리로 친근해진 사람입니다. ‘샘플링(Sampling)’은 우리 귀에도 익숙한 기법으로, 연주를 새로 녹음하지 않고, 기존 음반의 연주 음원을 그대로 따서 쓰는 방법이에요. 

켑 모는 70살이 다 되어가는 노인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연주해 오던 블루스와 가스펠 쪽 음악에 본인만의 색채를 만들어 오면서, 뛰어난 블루스 뮤지션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블루스 밴드 멤버로 연주하며 1980년에 앨범을 발표했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그룹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블루스 바이올리니스트인 ‘파파 존’의 눈에 띄어 함께 음악 활동을 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 이후 켑 모로 개명하고 1994년 첫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때부터 꽃길을 걷기 시작한 거예요. BTS가 샘플링한 ‘Am I Wrong’이 실려 있는 이 앨범이 ‘올해의 베스트 블루스 앨범’으로 선정되고, 곧이어 1996년에 내놓은 앨범이 그래미상을 받게 되었으니 그 이후로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였지요. 그 이후 가수로, 연주자로, 작곡자로 그래미상을 받았어요. 얼마 전에는 2월 초에 다섯 번째 그래미상을 받았으니 평생 자기가 사랑하는 블루스 음악 속에서 지내며 이런 큰 영광까지 얻고 있으니 참 부러운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켑 모는 최근 ‘Walking Blues’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블루스의 전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생일을 기념해 6개국 출신의 뮤지션과 함께 각자 다른 곳에서 연주하며 잼 공연(세션들이 모여 그룹을 이뤄 공연하는 것)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발표했어요.

평소에 켑 모는 음악활동을 하면서 ‘나는 자신을 기쁘게 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그런 나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라고 말해왔는데, 이번에 내놓은 이 곡이 그의 마음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곡은 전에 지면을 통해서도 소개한 바 있는 음악으로, 세계를 잇겠다는 ‘Playing for Change’ 운동에 참여한 곡입니다. 

자신이 흠모하는 블루스의 전설을 위해 노래하고, 그 노래를 통해서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부금과 앨범 수익금 등을 통해 아프리카 등 낙후지역에 음악학교를 설립해서 본인의 숨소리가 세계로 퍼지게 될 테니 이보다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켑 모의 음악은 한 곡만 소개하기에는 너무 아쉽습니다. 모든 곡에는 켑 모만이 연출할 수 있는 기품이 있어요. 마음 같아서 멋진 곡을 열댓 개 선곡해서 들려주며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일단 켑 모의 곡 중에 필자가 참 좋아하는 곡인 ‘The Itch (https://youtu.be/5L-mbUKOHnY)’ 를 들은 뒤 ‘Walking Blues’를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켑 모의 “Walking Blues” 들어보기
https://youtu.be/_oL_pCjPgUg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제1회 처인승첩 기념 전국 백일장 수상자 명단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