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기흥구 구성동 언남18통 김영완(68) 통장

김영완 통장

농촌과 도시의 이·통장은 같은 주민의 대표이지만 느낌이 꽤 다르다. 마을 구석구석 일어나는 일들이 주민 사이에서 공유되는 농촌과 달리 도시 특히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몰려있는 지역은 사실 소통이란 게 어색할 정도다. 자연스럽게 농촌과 도시의 이·통장 업무 방식에도 차이가 생긴다. 용인시 기흥구 구성동 언남18통 김영완 통장은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단다.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에서 태어나 김량장동에서 25년을 살았죠. 김량장동이 분통이 되면서 22통이 생겼는데 거기서 통장을 2년여 하다 여기 기흥 언남동에 터를 잡게 됐어요.”
김영완 통장은 처음 이곳 기흥구 언남동에 이사를 왔을 때 ‘낯설다’는 느낌 보다는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고 했다.  

김 통장은 2012년 새 아파트 입주와 함께 이사 왔을 당시엔 통장을 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임 통장이 그만둔 후 아파트에는 2차 공고까지 붙으며 이임 통장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2차 공고가 붙고서도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내가 나서야겠다. 봉사할 길은 이 방법뿐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총 8개동, 533세대가 살고 있는 언남동 리가아파트는 여느 아파트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개개인의 삶을 중시하고 바로 옆집에도 누가 사는지 잘 알지 못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김 통장이 초기 집집마다 방문해 업무를 진행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아파트 한 개 동을 다 도는데 꼬박 3~4시간 걸린다. 주민들이 집에 많이 있는 시간인 저녁 시간대를 잡아 한 집 한 집 돌아야 하는데 보통은 그렇게 해도 30~40%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통장입니다’라고 해도 ‘그런데요?’하고 묻고 문도 열어주지 않더라고요. 적어도 한 집 당 1년에 한 번 이상, 선거가 있거나 뭔가 홍보가 필요한 이슈가 있을 때는 2~3번 집집마다 방문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어려움이 있었죠.”

처인구 김량장동은 오랜 기간 살아온 지역이니 만큼 김영완 통장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마을에서 일어난 웬만한 일들은 다 김 통장의 귀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이 전부인 언남18통은 달랐다. 반가운 눈치보다 경계하는 시선을 더 자주 느꼈다. 

김 통장은 사실 그럴 때마다 상처받지 않고 주민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한번 만났을 때와 그 다음 만났을 때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몇 년 지나고나니 이제 알아봐주시는 분도 계시고 반갑게 맞아주세요.”  

마을 주민의 대표인 통장은 행정적 업무를 각 가정에 방문해 확인하는 역할과 함께 주민의 의견을 기관에 전달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가장 최근엔 갑자기 마련된 주민센터 공적마스크 공급 방식으로 회의가 잡혀 기흥구청에 다녀왔단다. 

“용인시 공적마스크 확보 분을 주민센터에서 1가구당 2매씩 나눠주기로 한 거예요. 오전 9시에 번호표를 받아서 2시에 나눠준다는 데 주민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바깥출입을 줄이고 있는데 2번이나 와서 받아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잖아요. 공무원들은 바쁜 업무에 이 일까지 하면 방해가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전에 한꺼번에 배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죠.”

결국 주민센터 마스크 배부는 물량 확보 부족으로 이틀 만에 중단됐지만 나름대로 주민의 입장에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이곳이 내 고향이라는 생각으로 애착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서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모두 이웃인걸요. 그 연결의 다리 역할을 한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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