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 과학용어는 대체적으로 어렵다. ‘수용성’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랬다. ‘가용성’류의 어떤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라 짐작했다. 얄팍한 지식을 동원하니 수용성이란 용어가 있다는 것이 얼핏 떠오른다. 최근 자주 들을 수 있는 용어라 관심을 갖고 이래저래 관련 정보를 보니 기존에 알고 있는 뜻은 분명 아니다. 

‘수원‧용인‧성남’의 앞글자만 따다 묶은 일종의 신조어다. 신조어라기에는 뭔가 저렴하고, 특수한 집단이 자기들끼리만 알도록 쓰는 말이니 은어라고 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최근 용인 부동산 시세가 심상치 않다. 일부에서는 몇 달 사이 수억이 상승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중개업, 아니 웬만한 시민이라면 이 소리에 헉헉거릴 것이다. 각종 호재와 서울발 풍선효과에 선수(?)까지 동원돼 말 그대로 벌집 쑤셔 놓은 듯 용인 부동산 시장은 웽웽된다. 여기에 수원시와 성남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니 이를 ‘수용성’이라 부르지 않겠나. 
    
#안동 찜닭이란게 일부에서는 경북 안동이란 지명 이름에서 유래 된 것이 아니라는 설이 있다. 안동네에서 먹던 찜닭이란다. 여기서 안동네와 바깥동네를 구분하는 것은 성이다. 성 안과 밖은 분명 여건이 달랐을 것이다. 지금에야 닭요리가 국민요리가 될 만큼 흔해졌지만 대량 사육 기술이 없던 시절 하더라도 닭 역시 귀한 대접을 받지 않았을까. 아니 백년손님이라는 사위를 위해 귀하디귀하다고 내놓은 음식 역시 닭이지 않았던가. 그렇게 따지만 안동네 찜닭은 부의 상징이었지 싶다.  

오랜 전 운 좋게 오스트리아를 갈 기회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수도 빈을 달리다 주변과 다소 다른 형태의 레일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야 그것이 링이란걸 알게 됐다. 1857년 성벽을 허물고 만든 도로란다. 링을 기준으로 안쪽은 구시가지로 시간 여행을 온 듯 한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서울을 상징하는 4대문과 지금의 수원 대표적 문화 관광지인 화성을 거점으로 안동네는 살만한 곳이었고, 볼거리가 풍성한 곳임에 틀림없었다.    
 
#트로이 목마란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마 대부분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목마 안에 들어간 그리스 병사의 전술은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법은 재논의 해볼 만하다. ‘수용성’ 안 아파트 시세가 하늘을 찌른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된다. 급기야 정부는 이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안정화에 나섰다. 정책이 성과를 얼마나 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이득 볼 사람은 충분히 이득보고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용성’이란 교묘한 형태로 묶인 성안 열심히 살아도 이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트로이 목마를 몰고 성안으로 들어온 그리스 병사는 없을까. 그들이 퇴진하면서 안동네 찜닭마저 가져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행정구역 상 ‘수용성’에 거주하는 사람은 300만명을 훌쩍 넘는다. 대한민국 제2 수도라는 부산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 ‘수용성’ 안에서 부동산 시세 상승이란 호재에 대소할 수 있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수용성 밖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 밖 사람들에게 안동 찜닭은 한번 먹어봤음 하는 대상이듯 지금의 부동산 시장 호재는 막연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원래 수용성이란 물에 녹는 성질을 나타내는 화학용어다. 무언가에 녹는다는 것은 융화를 즉 서로 어울려 사이좋게 화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썩는다. 지금의 수용성 부동산 시장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정부가 제자리로 돌리려 해도 잘 돌아오지 않는다. 길게 가면 수용성 안쪽 사람과 바깥에 사는 사람 간 융화는 더 어려워지며, 공동체는 시나브로 썩어간다. 아니 공동체는 유지되겠지만 온정 없는 그래서 외로운 도시만 덩그러니 남을 것이다. 트로이 목마 속 그리스 병사들이 바란 것은 성 안 사람들이 모두 잠들 때였다. 용인시민이 눈 부릅뜨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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