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집짓기에 나선 어린이들 모습

이번 겨울은 숲으로 나갈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춥지 않은 겨울이지만 그 춥지 않음이 미세먼지 많음과 동의어가 됐다. 그러다 1월말부터 우리를 몹시 조심하게 만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더 움츠리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숲에서 만났다. 약간의 미세먼지와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겨울 숲을 즐기기로 맘먹었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숲을 혼자 둘러봤다. 인기척에 놀란 청설모가 급히 밤나무에서 내려와 단풍나무로 자리를 피했다. 단풍나무가 맘에 들었는지 그곳에서 단풍나무 씨앗을 맛있게 먹었다. 좀 더 깊은 숲엔 얼지 않은 계곡이 봄이 왔음을 알리는 듯 지난달과 다른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그 소리를 음악 삼아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겼다. 갯버들 겨울눈이 아린을 벗고 보들보들한 꽃 이삭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 곧 꽃이 피고, 그럼 꿀벌들이 그 달콤한 향기를 찾아와 꿀과 꽃가루를 모을 것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나는 마음은 항상 분주하며 기대되고 행복하다. 최근 새롭게 만난 친구들이 두 명이나 됐다. 그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숲을 소개해 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미세먼지가 있어 그런지 아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왔다. “무슨 놀이를 할까? 그래 왜 숲이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지, 왜 나무가 많아야 하는지 놀이로 한 번 알아볼까?” 필자 혼자 나무가 된다. 

“그럼 우리는요?” “ 너희들은 미세먼지지요” “어떻게 하는 건데요?” “나무가 미세먼지를 잡으면 미세먼지가 나무가 돼 다른 미세먼지를 잡으면 되는 거죠” 한명이 잡혀 나무가 됐다. 또 한명이 잡혀 나무가 됐다. 또 한명이 잡혔다. 모두 나무가 됐다. 그럼 미세먼지들은 빠져 나갈 틈이 없다. 왜 나무를 심어야 할까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말해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저절로 알게 된다.

더 깊이 숲 속으로 들어가 봤다. 모든 장소가 우리의 추억을 소환했다. 앉아서 간식을 먹던 곳, 우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던 곳, 율이가 넘어졌던 곳, 선생님이 좋아하는 계곡, 우리 모두 물에 빠졌던 곳, 그 추억을 나눴다. 

딱, 딱, 딱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일까? 오색딱따구리였다. “선생님,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따라 다녀요. 둘이 좋아하는 사이인가 봐요” 한참 그 광경을 구경하다 나무로 집을 짓기로 했다. 죽은 나무들을 찾았다. “잔가지가 많아요. 이 가지들을 잘라내야겠어요. 선생님 손으로 잘 안 잘라져요” “그럼 어떡하지. 톱으로 잘라 볼까?” 우리는 장갑을 끼고 톱질을 했다.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손질된 나무를 영차 옮겼다. 무거운 나무를 힘을 모아 자르고 옮겼다. 다른 일들도 저렇게 신나서 스스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심 바랐다. 2시간 동안 집을 지으니 얼추 형태를 갖추게 됐다. 

“집은 마음에 드세요?” “다음 달에 더 완성해야겠어요” “어떻게요?” “바깥쪽으로 나무를 더 많이 쌓고 안쪽에는 가구를 만들어야겠어요. 그리고 문패도 만들구요. 선생님은 유성매직을 갖고 오세요” “좋아요, 다음 달에 집을 완성해 보아요. 멋진 우리들의 집이 되겠어요” 

숲 산책은 이렇게 행복해졌다. 아이들 얼굴에는 신남이, 땀이, 진지함이 가득하고 몸은 열정적이었다. 우리는 다음 달 숲에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 숲이 우리에게 줄 선물을 상상하며 한 달을 행복하게 기다릴 것이다. 숲이 우리에게 줄 선물은 매달, 매주, 매일, 매순간 준비돼 있으니까.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