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시선이 그랬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많이 외로운 것이라고. ‘시장이 반찬’이란 말만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란 표현 역시 식사 수단으로 여겨질 만큼 익숙해졌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에게 정감을 담아 ‘밥 한 끼 같이 합시다’라고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혼밥은 더 이상 조촐한 한 끼가 아니다. 직장인에게는 한 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수단이고, 미식가에게는 여행을 겸한 자유 그 자체다.    

눈치 안보고 즐기는 점심 좋아요

기흥구 한 식당이 한쪽에 마련한 소규모 식탁에 혼밥족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12일 일반 직장인 점심시간인 12시가 한참 지난 1시경 찾은 기흥구 신갈동 한 식당. 이 식당은 개업 이후 여러 번 식당 구조를 변경했다. 최근에는 단체 모임을 위해 마련한 ‘큰 방’을 없애고 1~2인용 식탁을 넣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2시를 전후해 서너 명씩 몰려오던 모습과 달리 최근 들어 홀로 식당을 찾는 손님을 위한 것이다.

내부에 마련된 1~2인용 식탁 대부분은 자리가 차 있었다. 서너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에도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표현한 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직장인 정명석(36)씨는 “직장 분들과 같이 오면 솔직히 메뉴도 고민이고, 불편한 점도 있는데 혼자 식당에 오면 점심시간 1시간을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혼자 먹는다”라며 “처음에는 동료들도 같이 먹자고 말했는데 요즘은 특별히 관심을 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처인구 중앙시장도 특정 시간 없이 혼밥을 위해 식당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 점심시간이 한창 지난 오후 2시경. 중앙시장 대표격인 순대골목에 위치한 한 식당에는 전체 30석 곳곳에 혼자 찾은 손님이 자리했다. 어떤 손님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또 어떤 이는 텔레비전에 시선이 고정됐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 찾는 것이 매우 어색해 보일법한 중년 남성도 제법 있다. 무리를 지어 찾은 손님들의 시끌시끌한 대화가 이어지지만 혼밥족은 아랑곳 않고 조용조용 한입 챙긴다. 

오랜만에 순대골목 식당을 찾았다는 유모(62)씨는 “분잡한 시간을 피해 식당을 찾았다. 평소 외출하면 혼자 밥 먹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혼자서 밥 먹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은 다들 (혼자)그렇게 많이 먹는다. 남들 눈치 볼 것도 없다. 오히려 편하게 먹는다”고 말했다.  
처인구 시내에서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유호(58)씨는 “30% 정도는 혼자 식사하시는 분이다. 예전에는 큰 식탁이 필요했는데 요즘은 작은 식탁이 더 필요한 추세”라며 “혼자 오는 손님한테 한 끼는  그냥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 있게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맛 좋은 식당 찾아서 ‘혼밥’ 먹기

기흥구 한 식당에 혼자 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한 시민의 밥상

수지구 고기동에 위치한 한 고깃집은 떡갈비 1인분에 2만원을 훌쩍 넘는다. 식당도 큰 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이라 작정하지 않고는 찾기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간간이 혼밥족이 찾기가 쉽지 않다.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수고를 한 것이다.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한우전문점 관계자는 “요즘은 개인방송이 많아 소문이 제대로 나면 혼자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혼자 오시는 분들이 번거롭거나 흔한 말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옛말”이라고 말했다.

식당에서 만난 손민환(39)씨는 “주변에도 맛집을 찾아 용인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혼자 여행가서 혼밥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끼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라고 설명했다. 

혼자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다

단체로 온 손님들도 따로 밥상을 대접 받는 혼밥족에 대해 특별히 이상하지 않단다. 언제라도  혼밥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흥구 한 식당에서 만난 김모(36)씨 “주변에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직장이 수원인데 점심때 식당을 가면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엔 식당에도 혼자 오는 손님을 위한 메뉴도 많다”라며 말했다. 김모씨는 가족과 함께 수원을 찾아 유명세를 타고 식당을 찾기도 한단다. 혼밥 문화가 외식 문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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