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월 30일 원삼 두창저수지 모습

지인의 SNS에 봄 소식이 떴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아직 1월, 달력 첫 장의  날짜이건만 벌써 용인의 숲에서 도롱뇽 알을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도롱뇽은 어미가 알을 물속에 낳으면 깨고 나와 올챙이로 자라 어른이 되면 뭍으로 올라가 생활하는 양서류에 속하는 손바닥 길이도 채 안 되는 크기의 귀여운 동물이다. 제주에서도 10년 전에는 2월 하순에야 산란하던 제주도롱뇽과 북방산개구리들이 요즘엔 1월 중순에 산란하는 경우가 생겨 우려스럽다는 기사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용인에서 1월 하순에 산란한 알을 보다니 이건 많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사진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3월에 알 사진이 많아 항상 그 시기쯤 알을 보러 갔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아직 1월말 2월초에 산란이라니,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다. 봄이 와도 너무 빨리 온 듯하다. 이러다 2월에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쳐 도롱뇽알이 얼어 죽을까봐 걱정이 됐다. 

언제부턴가 날씨와 기온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삼한사온’이란 말도 적용되지 않고 장마철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태풍도 멋대로 찾아온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자국 자연에 가깝게 있다 보니 날씨에 대해 예민해졌다. 이상하다. 올 겨울 날씨가 심상치 않다. 겨울의 상징인 얼음과 눈을 보기가 힘들다. 손가락 사이로 스치는 공기에도, 코끝으로 느껴지는 바람에도 불안감이 앞선다. 

올 겨울은 유난히 따듯하다. 최근에는 바깥 온도도 그렇고 햇볕까지 따듯해 빨래를 마당에 널어놓기까지 한다. 1월에 말이다. 예전에 보았던 딱딱하게 얼은 빨래는 생경한 기억이 되었다. 마당에 빨래를 널다 꿀벌을 봤다. 빨래 냄새를 맡고 온 건지 분명 꿀벌이었다. 온도에 민감해 추운 겨울엔 생존을 위해 저희들끼리 모여 꼼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꿀벌을 또 1월에 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동물들뿐만이 아니다. 노란 꽃잎이 벌어져있는 개나리 꽃봉오리도 봤다. 아직 껍질에 둘러싸여 있어야 할 꽃눈이 한 꺼풀 걷어버리고 노란 꽃잎을 보인 것이다. 아직 이르다. 날짜는 아직 겨울이라고 분명 말해주고 있는데, 기온은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게 한 두 번이 아니니 꽃들이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2015 1월 원삼 두창저수지 모습

자연의 혼란은 분명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매년 빙어얼음낚시축제를 열었던 근처 저수지는 썰렁하게 몇몇 낚시꾼만이 좌대에 앉아 물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시보단 얼음판이 더 재밌었던 우리는 직접 썰매를 만들어 힘차게 얼음을 밀고 나가며 겨울을 즐겼는데, 넘어지면서도 얼음판에서 아슬아슬 걸어가는 재미와 슬슬 미끌어지는 스릴도 느꼈는데, 올해는 한 번도 저수지 얼음판을 밟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재미라지만 생계와 연관돼 얼음판 축제를 준비했던 많은 곳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산천어니, 빙어니, 겨울축제니, 얼음축제니 많은 행사가 취소됐다. 물론 환경과 생태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행사라 주최 자체에 찬반 여론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자연이 자연스럽게 안겨줬던 계절의 모습을 이젠 기대할 수 없게 됐고, 그것이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자연의 움직임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결과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또한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의 미래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현재 시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해결방안과 대처방안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자연과 멀어진 사람들이 그것을 내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연은 이미 생존에 혼란을 겪고 있는데,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인간만이 카드 돌려막기 하듯이 ‘내로남불’ 하듯이 남 탓 하며 이자를 불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자연에 예민해져야 한다. 계속된 신호를 무시하다간 자연으로부터 ‘팽’당한다는 비극적인 결말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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