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끼 일만 하는 직장 동료 '우리는 식구'

동백우체국 한신우 오영란 국장 이미현(사진 앞줄 왼쪽부터) 임정숙 이채원 조선주 김대기(사진 뒷줄 왼쪽부터)

일반 직장인 점심시간보다 다소 이른 오전 11시 30분이 되면 서너 평쯤 되는 휴게실 한곳에 푸짐한 한상이 차려지기 시작한다. 우정사업본부 용인동백우체국(이하 동백우체국)에 근무하는 7명이 먹을 점심식사다. 직장인이 가지는 점심 메뉴 고민도 만원에 가까운 식비 걱정도 사라진 담백한 현장이다. 

동백우체국 직원 전용 공간이라 적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눈이 띄는 것은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진 20종의 밑반찬이다. 국장부터 모든 직원들이 가져온 것들이다. 말 그대로 십시일반 모아진 것이다. 그 옆에는 밥통에서 김이 쉴 새 없이 나오더니 점심시간에 맞춰 ‘따듯한 밥이 다 됐다’는 안내가 흘러 나왔다. 

동백우체국 ‘직원들을 위한 식당’은 우체국 개청 역사에 맞췄다. 업무 특성상 긴시간 자리 비우는 것이 어려운데다, 개청 당시만 하더라도 주변에 마땅히 먹을 만한데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직원들에게 도시락은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최장 근무자인 임정숙 금융경비원을 시작으로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두고 두런두런 나눠 먹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함께 밥을 해서 먹자는 의지를 다졌다.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 ‘백반 정식’을 제공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오영란 국장은 편안한 식사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식탁 등 각종 자재를 마련했다. 명실 공히 식당은 그저 끼니를 해결하는 그저 그런 곳이 아니라 남다른 특별한 공간이 된 것이다. 
 

동백 우체국 직원을 위해 집에서 직접 가져온 반찬으로 차려진 한끼 밥상

직원들에게 한 끼는 평등을 느끼는 자리기도 하다. 점심 상 앞에서는 직책도 경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역할분담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미혼인 한 직원은 밑반찬을 대신해 식후 설거지를 책임지고 있다. 다른 직원들도 밥상을 차리거나 식당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국장이라고 열외는 없다. 식탁을 청소하거나 후식을 챙겨야 한다. 혹여 마음의 빚이 생기는 직원이라면 ‘외식’이라도 한번 하자고 외친단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금요일이면 너나할 것 없이 ‘오늘은 내가 한턱’을 외친단다.   

10년차 직장인인 한신우씨는 “우체국 내에서 막내죠. 직장 동료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경력 짧은데다 미혼이에요. 회사에서 먹은 점심 한 끼는 말 그대로 가족을 느끼는 좋은 자립니다. 동료를 떠나 같은 사람으로 평등한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한 끼는 공유 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동백우체국은 용인에서 처리 물량이 가장 많기도 소문났다. 올해 설을 전후해서는 하루 동안 우체국을 찾는 고객만 1000여명에 이를 정도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 간 사담은 고사하고 일상의 안부를 묻는 것조차 버겁다. 이런 와중에 한 시간 여간 함께하는 점심시간은 말 그대로 보석 같은 시간이다. 
 

직원들이 집에서 직접 가져온 반찬이 식당 한곳에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다.

‘밥상 차림’을 담당하고 있는 조선주씨는 “고객을 대하는 업무라 직원 간 대화가 거의 못해요. 일반식당이나 각자 도시락을 사들고 와 먹을 땐 솔직한 대화를 할 분위기는 될 수 없었는데, 한 밥상에 앉아 우리 손으로 준비한 한 끼를 먹으니 아무래도 직원들 간 공유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죠”라고 말했다. 

동백우체국발 식당소식은 더불어 사는 작은 공동체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운영되다 보니 단골고객들은 아름아름 관심사가 됐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김장철이 되면 식당 한가득 채울 만큼 고객 후원(?)이 이어진다. 
 

10년이 넘도록 점심 시간에 맞춰 직원들이 직접한 식사를 함께 먹고 있다.

우체국에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대기씨는 “김장철이면 우체국에 김장 택배가 이어져요. 직원들이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분들은 저희에게도 주시죠. 남은 것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챙겨 주시는 것이다.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꾸준히 식당이 운영되는 원동력은 뭘까. 각지 우체국에서 근무한 오영란 국장도 단정하기 힘들단다. 하지만 다른 우체국에도 권하고 싶을 많은 장점이 많다고 자랑을 이었다. 
 

유일한 미혼인 한신우 직원이 밑반찬을 해오지 못해 설거지 담당을 자처해 하고 있다.

오 국장은 “10년 넘게 많은 직원들께서 오갔는데 동백우체국 식당이 유지되는 것은 아무래도 우체국과 지역공동체가 만든 장점이 아닐까요. 가족 같은 분위기 그리고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다른 곳으로 발령받으면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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