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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털 패딩보다 ‘착한 패딩’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20.01.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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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특히 겨울이 되면 항상 생각하는 화두가 있다. 사용한 지 10년 되는 거위털 이불을 교체하는데 어떤 이불로 바꿀 것인지, 겨울 패딩을 장만해야 하는데 어떤 것으로 사야 하는지, 가방은 또 어떤 것으로 준비해야 할지다. 필자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더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을 문제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우리 것이 아닌 동물의 것을 이용하는데 아주 익숙해져 있었다. 더위는 참아도 추위에 약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난 필자는 겨울철에 동물털 패딩을 입지 않을 순 없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손뜨개나 퀼트로 가방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만들어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이미 ‘똥손’이 되어버린 자기를 탓하며, 모양이 비뚤어져 가는 가방을 계속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비 자체를 하지 않거나 인공재료로 만든 것들을 구매하거나, 환경을 생각하며 생산하는 제품을 신경써서 고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에 조금씩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고 있다. 얼마 전부터 ‘뽀글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플리스며, 인공 털을 ‘에코 퍼’라고 부르며, 좋은 시선으로 보고 사용하는 경향이 유행을 타고 퍼지게 됐다. 인공 털이 ‘가짜 털’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에서 ‘동물을 생각하는 털’의 좋은 이미지로 바뀐 것이다. 착한패딩, RDS(윤리적 다운 인증)패딩, 재사용패딩에 이젠 플라워패딩까지 동물의 것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다. 

동물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소와 말, 돼지와 닭, 개와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 않은가? 우리는 이런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공생했다. 소를 이용해서 밭을 갈았고, 짐을 날랐지만 소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재산 1호라고 부르며 소중하게 대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딸이 친정에 오랜만에 왔을 때, 사위에게 해주는 최고의 밥상에만 씨암탉이 올라갔다. 열두 띠 동물을 사람과 연관해서 생각했으니 함부로 할 수 있는 동물은 없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와 함께 정을 나누며 사는 관계이다. 

가족이 축소되면서 이제는 가족과 같은 지위를 반려동물이 차지하고 있다. 마트에서 동물들을 위한 제품이 셀 수 없이 많은 것만 봐도, 반려동물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만 봐도 그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가족으로 생각하는 동물을 넘어서 동물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이 동물 학대를 반대하고, 동물의 것을 지양하는 사회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예전에 청서나 족제비 꼬리털로 붓을 만들어 쓰고, 사냥꾼이 한겨울에 두르는 천연모피가 고상한 자연과 만남이라면 현재의 롱패딩이나 아웃도어의 대량생산은 ‘생각할 수 없는 소비’를 생산하는 사회 흐름이다. 처음 ‘플라워패딩’이란 말을 접했을 때는 너무 과한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공정이 어떤지 알고 나니 실제로도 패딩에 꽃을 사용했지만, 그 의미가 꽃보다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생명에 무감각하지 않은 많은 옷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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