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명 이상→100명부터···청원글 대부분 여전히 ‘답 없어’ 

용인시가 다음부터 온라인 시민청원 ‘두드림’에 올라온 청원글에 대한 시의 공식적인 답변 기준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대다수 청원글은 여전히 답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용인시는 그동안 30일 동안 4000명 이상이 동의한 경우에만 청원이 성립한 것으로 보고 답변했으나 2월부터 100명 이상만 동의해도 답변을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2월 1일 이후 등록된 청원에 대해 30일간 100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담당과장이, 1000명 이상 동의가 있으면 실·국장이, 4000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시장이 답변하게 된다.
시는 청원등록 후 빠른 답변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하면 SNS민원창구나 국민신문고를 이용하도록 즉시 안내문자를 발송하는 서비스도 할 방침이다.

시민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서인데 문턱이 낮아진 만큼 청원 활성화가 기대된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더 많은 시민의 의견에 응답하기 위해 청원 성립 기준을 대폭 낮추도록 했다”라며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용인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만큼 많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100명으로 기준 낮춰도 90%는 제외= 용인시가 청원 답변 기준으로 동의 수 100명으로 낮춘다 해도 대다수 청원은 답변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과 정책 사안을 두고 소통하겠다는 기본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17일 기준으로 두드림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전체 499개 중 답변을 종료한 470건 중 용인시가 완화한 100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총 48건이 답변 대상이다. 기존 4000명 동의 기준 5건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어난 53건에 이른다. 수치적으로 보면 용인시가 완화한 기준 효과가 곧바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90%에 약간 못 미치는 대부분의 민원은 청원기간 내에 용인시의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다. 

답변 충족요건을 갖춘 청원 내용도 난개발로 인한 피해 방지 촉구 등 민원성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용인시가 4000명 동의를 얻지 못해 답변을 하지 않은 민원성 청원에 이제 공식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용인시가 시민청원을 운영하는 기본 취지인 시 주요현안, 정책 제안에 시민의 목소리를 담겠다는 목적을 사실상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집단화 된 민원에 용인시가 난감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청원글을 올린 한 시민은 “다수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개선돼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제시는 용인시 답변 대상이 되지 않는 반면, 집단 민원 글에는 용인시가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다수 청원글이 몇몇 집단 민원글에 묻히는 것은 시민청원이 아니라 민원게시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형식적 문답 넘어 토론 주제로 이어져야= 용인시가 공식적으로 청원글에 답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질 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용인시가 행정적으로 불가피한 상황만 언급해 시민 입장에서 ‘얻는 것 없는 청원’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이에 형식적인 답변 절차를 넘어 토론의 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가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원창구인 서울천만인소의 경우를 보면 새로운 방안에 대한 힌트가 있다. 

‘천만인소’는 제출된 청원은 등록 후 먼저 30일간 1000명 이상 시민의 지지와 의견수렴을 거쳐 시민사회의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후 서울시에서 정책 등의 반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뒤 답변이 나온다. 

용인시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다. 이미 용인시는 행정에 용인시민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협치위원회를 꾸린데 이어, 시 행정의 정보제공 수단 역할을 할 시정연구원도 개원한 상태라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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