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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즐기며 함께하는 공동체, 이를 연결하는 ‘먹기 놀이’[기획 한끼]한살림성남용인 어린이 식당 징검다리
생물학적으로 한 끼는 삶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한끼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로 되돌아가면 대한민국에서 이는 허기를 해결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가족 간, 이웃 간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시대가 된 지금 ‘한끼’ 정의는 이미 달라졌다. 이에 본지에서는 5회에 걸쳐 한끼를 통해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제 아무리 대가족이 함께하는 밥상이라 해도 기껏해야 10명이 채 넘지 않는 사람이 둘러앉으면 빽빽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밥상머리’로 분류하는 한쪽 언저리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철없는 아이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또 어느 집 밥상에서는 딸이란 이유만으로 언저리에서 ‘쪽밥’을 청해야 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한 끼는 가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문화였다. 그래서 식구나 식솔에는 끼니를 의미하는 식(食)이 들어간다. 가족은 곧 밥을 같이 먹는 공동체를 의미했다. 

방학이 한창인 15일 찾은 기흥구 신갈동에 위치한 한살림 성남용인(이하 한살림) 겨울방학 어린이식당. 이곳은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끼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일반 식당 가격과 비교해 저렴하면서도 한살림이란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은 판매처가 직접 재료를 제공해 믿음까지 더해졌다.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을 찾는 주 고객은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다. 
 

한살림성남용인이 방학을 맞아 지역 학생들에게 고품질 점심을 착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 식당 징검다리 운영에 들어갔다.

12시 점심시간에 이르자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아이들이 몰려왔다. 10여개 마련된 어린이 식탁은 금세 만석이 됐다. 함께 온 꼬마손님들은 돈가스와 카레 김치 등으로 잘 차려진 한상을 받더니 한술 뜨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땐 말하는 것 아니’라는 표현은 이곳에서 ‘1’도 통하지 않는다. 식사와 동시에 동석한 친구들과 너나할 것 없이 재잘거린다. 옹기종기 모여 밥 먹는 풍경에서 언저리는 찾기 힘들다. 밥상교육도 남녀차별도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가족 구성원인 부모 대신 또래 아이들이 대신했다. 

부모 대신 ‘친구’, 밥상머리 교육 대신 ‘장난’

식당을 찾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부터 운영하고 있는 한살림은 이번 겨울방학 때는 매주 30여명의 꼬마손님이 식당을 찾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6개월 여 전인 지난해 여름방학 때와 비교해 늘었다. 그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이다. 대기자도 있을 정도란다. 

정주연 이사는 “맞벌이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아이들 한 끼 식사였거든요. 그래서 지난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대기자도 있을 정도로 입소문이 퍼졌어요”라며 “한 끼 식사는 지역사회가 서로 돌봄을 하는 연결고리라고 봐요. 단지 먹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돌보며 채워주는 수단이 아닐까요”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식당에는 한살림에서 구입한 재료로 어머님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들이 제공된다.

어린이식당의 또 다른 이름은 ‘징검다리’다. 맞벌이 부부 자녀부터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이 한 끼 밥을 먹으며 가정(혹은 또 다른 학원)으로 되돌아가기 전까지 잠시 쉴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 이사가 한 끼를 서로 돌봄으로 설명한 이유기도 하다. 

실제 식당 내부 한 곳에서는 책과 각종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이곳에 모여 놀이를 하거나 책을 본다. 그제야 조금 늦게 온 꼬마손님들이 책을 접고 밥상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식당으로 규정한 공간이나 놀이방으로 분리된 공간도 큰 차이 없이 시끌시끌해진다. 아이들만의 공간에 있어 밥과 놀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한 듯하다.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정주연 이사가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3학년인 승민이에게 이곳에서 한 끼는 단지 허기를 달래는 정도가 아니다. 친구 3명과 함께하는 한 끼는 신나는 놀이다. 포만감은 놀고 즐기며 얻은 또 다른 수확물은 아닐까.

‘한살림’은 어린이식당이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며, 더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그만큼 용인에는 한 끼를 통해 서로 돌봄을 이어나갈 대상이 많다는 것이다. 행정기관이 나서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용인시가 지난해부터 운영에 들어간 협치위원회는 사례발굴을 통해 ‘어린이식당’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살림이 운영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인구 108만 대도시 용인시에서 살아가는 청소년 아이들에게 ‘한 끼’는 정성이고 사랑이며, 공동체를 이끄는 서로 돌봄의 수단이라는 공감인 셈이다. 

이날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선 임정영, 천지현, 장미향 정주연) 오희선 씨. 이들도 모두 아이를 둔 주부로 엄마 마음으로 한끼 준비에 나섰다고 자부하고 있다.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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