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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들 곁 두 달 방치 70대 노모…용인시 사회적 안전망 절실

치매 증상 노모 아들 죽음 인식 못한 듯
이웃 관심·주민센터 등 관리 밖에 있어

70대 노모가 아들이 숨진 사실을 모른 채 두 달동안 지내다 발견됐다. 사건이 일어난 집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지난 15일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둔전리 한 주택가. 며칠 전 70대 노모가 숨진 아들을 옆에 두고 두 달간 홀로 살다 발견된 사건 현장은 조용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인근에 사는 이웃 대부분은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숨진 신모씨 가족은 은둔형에 가까웠다. 신씨 집에서 1m 남짓 떨어진 앞집에 거주하는 이웃은 평소 신씨 가족을 마주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웃은 “몇 년 전 이사올 때 본 이후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씨 옆집에 거주하는 주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집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다”며 “평소 얼굴을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숨진 지 두 달만에 발견= 10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후 처인구 포곡읍 한 2층짜리 다세대주택 1층에서 50대 신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씨가 숨진 사실은 월세가 두 달가량 밀린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이 가장 먼저 발견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오랫동안 방치돼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초 신씨가 인근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한 점으로 미뤄 숨진 지 두 달 가까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평소 치매 증상이 있던 노모는 아들의 죽음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아파 누워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수시로 얼굴과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등 아들을 보살폈다는 것이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에 이불이 7겹이나 덮여 있었다고 했다. 아들 몸이 점점 차가워지자 노모가 따뜻하게 덮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두 달 넘게 홀로 지냈지만 노모의 건강은 생각보다 양호한 상태였다. 아들이 숨지기 전 가게에서 사 둔 쌀과 통조림을 꺼내 먹으며 버틴 것이다. 포곡읍주민센터 관계자는 “신씨가 부엌과 냉장고에 쌀과 음식, 통조림 등을 사다 놓았다더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 은둔형 모자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신씨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생활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주민센터나 복지관은 국민기초생활지원자, 홀몸 노인 등의 경우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신씨 가족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기세나 수도세 등이 밀린 적이 없어 복지담당부서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노인이 홀로 사는 집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민센터나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정기 방문 서비스에서도 제외됐다. 노모는 아들 외에 보살필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 복지시스템에서 제외돼 있었다는 얘기다. 발견 당시 치매와 약간의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던 노모였지만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진단을 받았다는 기록조차 없었다. 

처인구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직접 경로당을 방문해 치매 진단을 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센터를 직접 방문한 사람들에 한해 치매 진단을 한다”며 “집집마다 방문해 홍보하고 진단하는 건 제한된 인력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인시치매안심센터가 관리하고 있는 치매환자는 3500여명으로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인구 약 1만2000여명의 30% 수준이다. 나머지 9000여명에 가까운 치매 환자들은 각 가정에서 그 부담을 모두 떠안거나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신씨처럼 다른 자녀나 가족이 없는 경우 혼자서 병든 부모를 보살펴야 하는 실정이다. 

백군기 시장은 모자가 발견된 다음날인 11일 페이스북에 “더욱 촘촘하고 견고한 사회복지망을 통해 유사한 사건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복지 담당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현재의 인력으로 집집마다 방문할 수도 없고 이번과 같은 사례를 발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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