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계절II, Water color on paper, 40.9×31.8cm

새날이 밝았다. 인도에서 오자마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 전시회가 있으니 새벽부터 그리고 있다. 한기가 느껴지는 한겨울 새벽은 고요하다. 새 신을 신은 것처럼 설레면서도 조심스럽다. 창가에는 말라 있는 산수유를 따 먹으러 아침마다 새들이 온다. 그중 새 한 마리는 유리창이 허공인줄 알고 부리로 노크하듯 유리를 쪼아댄다. 그림을 그리는 내 뒷모습이 아마도 허수아비쯤으로 보이나 보다. ‘톡톡톡톡톡…’ 계속 쪼아 대다가 뒤돌아보면 후르륵 날아간다.
그 새 덕분에 창밖을 한 번 더 내다 본다. 봄을 품고 있는 빈 나뭇가지 먹이 찾아 날아온 작고 여린 새의 지저귐, 그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산수유는 마른 열매와 봄을 준비하는 꽃눈을 함께 품고 있다. 이 시린 창가에도 곧 새봄의 햇살이 비추어지리라 생각하니 문득 좋아하는 한시가 떠올랐다.

梧千年老恒藏曲(오천년로항장곡)이요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이요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라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그 속에 노래를 지니고 있고
매화는 평생 추위와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빛은 천 번 이지러져도 원래 모양은 남아있고
버드나무 줄기는 백 번 찢어내도 또 새로운 가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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