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들어 새로운 결심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40대 남성 A씨도 그동안 하지 않았던 운동을 새해부터 시작하다가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

“허리가 아파 평소보다 더 열심히 운동했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예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허리가 더 아프네요. 왜 그렇죠?”

디스크가 심하지 않았지만 방치하면 나빠질 수 있으니 운동을 하라는 권유를 듣고 열심히 했는데, 왜 더 나빠졌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했다.

디스크를 예방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적이다.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각종 요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소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 중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의 60%가 허리 통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디스크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물의 순환과 산소 공급이 스스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걷거나 허리를 자주 움직여 줘야 뼈 사이에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된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으면 산소가 부족해져서 디스크가 쉽게 납작해지며 퇴행한다. 이런 퇴행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꼭 운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운동도 적당히 해야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척추와 주변 근육에 피로를 쌓이게 해 독이 되기 쉽다.

척추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이 ‘걷기’다. 매일 30분씩 꾸준히 걷기만 해도 허리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만약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여유가 없다면 제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자주 흔들어주는 스트레칭도 훌륭한 운동이 될 수 있다. 허리를 흔들어주면 디스크와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주변 인대와 연조직들이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뿐 아니라 혈액순환도 원활해지기 때문에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50분 앉아 있으면 반드시 5분 정도는 일어나서 걷거나 가볍게 허리를 흔들어주자. 가벼운 리듬에 맞춰 허리를 흔들다 보면 디스크뿐 아니라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물속에서 하는 운동도 좋다. 수중 걷기는 척추 구조물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구력을 기르는데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물이 가슴까지 잠기는 수영장에서 25m 구간을 천천히 왕복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한쪽 손을 뒤로 올린 다음 팔꿈치 부분을 반대쪽 손으로 잡은 자세를 취하고 걷는다. 50m를 힘껏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며 강도를 조절한다.

디스크 환자가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빨리 낫겠다는 일념으로 너무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의욕과다형 환자 중에는 통증을 꾹 참고 운동하는 분들이 있다. 무리하게 운동하다 보면 어느새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플수록 더 열심히 운동한다. 그런데 아플 때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평소보다 통증이 심한데 운동을 하면 근육에 손상을 주고, 디스크가 더 악화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다음에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걷기나 실내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고, 신체가 운동에 적응한 이후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강도와 시간을 조금씩 늘려야 안전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를 고려해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디스크가 많이 손상돼 있고, 40대가 되면 뼈든 인대든 퇴행성이 진행된 상태이다. 퇴행성은 안정을 찾기 위한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평상시에 잘 안 하던 과도한 꺾기나 (관절을) 펴는 등의 운동을 하면 디스크에 치명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또한, 디스크 환자들은 저마다 아픈 부위가 다르다. 급성기에는 삐져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자꾸 자극해 통증이 심하다. 그래서 환자들은 최대한 통증을 덜 느끼는 자세를 스스로 찾아낸다. 대게 누워 있어야 편한데 어떤 사람은 엎드려 있어야 편한 사람도 있다. 특이하게 누우면 디스크가 집히는 것처럼 아프다며 밤새 앉아서 자는 환자도 보았다.

이처럼 환자마다 아픈 부위도 다르고 손상 정도도 다른데, 일괄적으로 디스크에는 신전운동(펴는 운동)이 좋다거나 요가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자기 상태에 맞는 최적의 운동법을 찾아야 하며 디스크가 안정화되지 않은 초반에 마음대로 운동하면 더 악화할 수 있다. 운동이 독이 아닌 약이 되게 하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서 강도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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