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계절 24.0×19.0cm, Water color on paper

유년시절 우리 집 뒤뜰에는 황토로 만든 아궁이와 빨래를 삶는 솥이 따로 있었다. 하얀 옥양목 이불천을 감당할 수 없었던 엄마는 크고 가벼운 솥에 이불홑청을 벗겨 양잿물을 넣어 하얗게 삶은 후 볕 좋은 마당에 널곤했다. 명주 치마저고리까지 함께 널어 놓으면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었지!

오늘 나는 그 기억을 더듬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은 툇마루에 앉아 눈부시게 빛나는 꽃들의 향연과 연둣빛 고운 새순을 보면서 흰색은 주변색의 영향을 받는다는 걸 깨닫던 날, 나는 마당 끝으로 달려가 흰 홑청을 들여다 보았다. 눈이 아른아른한게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다시 툇마루로 돌아와 조금 먼거리에서 봐야 분홍꽃을 보면 분홍이 되고, 자주꽃을 보고 흰천을 보면 옅은 자주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마당에 빨래를 널 수 없는 지금 바람과 햇볕 내음을 가득 품은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 꽃꿈을 꾸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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