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캡처

해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문화예술분야에서는 한해를 결산하는 의미로 각종 시상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대중음악을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명예의 전당’이 언급되곤 하지요. ‘블루스 명예의 전당’ ‘로큰롤 명예의 전당’ ‘컨츄리뮤직 명예의 전당’ 등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는 이야기를 필자도 연주자나 가수를 소개할 때 가끔 거론하곤 했지만,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작심하고 그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명예의 전당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헌액자를 자랑하는 전당은 1983년부터 시작된 ‘로큰롤 명예의 전당’입니다. 이 전당은 미국의 클리블랜드에 로큰롤에 대한 기념관이 있는데, 이곳을 본부로 록큰롤에 대한 다양한 전시물과 사진, 비디오, 유품 등이 소장돼 있는 상설 전시장과 체험이나 기념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이 함께 있습니다. 

이 명예의 전당에는 나름 깐깐한 선정기준이 있는데, 선정되는 대상으로는 공연자와 비공연자, 그리고 로큰롤 발전에 영향을 끼친 사람 등이에요. 공연자의 선정 방법은 첫 레코드가 발매된 지 최소 25년이 지난 연주자나 가수로 대중적인 영향과 평가가 상당한 이에게만 자격이 부여됩니다. 지명위원회에서 후보를 지명하면 전 세계 약 1000명의 록 전문가들이 투표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람이나 과반수 이상 득표를 한 사람이 뽑히게 되는데, 해마다 5~7명가량 선정됩니다. 

명예의 전당에 선정되면 축하공연은 물론, 박물관 명예의 전당 전시실에 선정자의 모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기가 설치됩니다. 또  3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음악 활동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시 상영되며, 선정자의 서명이 새겨진 유리잔과 각종 기념품이 전시되는 명예를 누리게 됩니다. 그동안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가수를 보면 아바, 비지스, 사이먼 앤 가펑클, 마이클 잭슨, 비틀즈 등 그 이름만으로도 무게감 있는 음악가나 그룹이 헌액돼 명예를 누리고 있다고 하네요. 아직 우리나라 대중 음악가들은 한 명도 없지만 K팝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수십 년 후에는 우리나라 가수나 연주자들도 반드시 헌액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소개할 가수도 이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블루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쟁쟁한 가수입니다. 전에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조용필 씨의 ‘님이여’라는 곡 아시지요? 그 원곡이 ‘Lead Me On’이라는 블루스곡입니다. 바로 그 곡의 주인공이 바비 블랜드(Bobby Bland)랍니다. 1930년생인 이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잘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흑인음악계에서는 아주 큰 별이라고 평가받는 가수에요. 

10대 시절인 1940년대부터 가스펠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그 유명한 비비 킹의 추천으로 블루스 음악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연주 연습도 함께 하며 교류하던 블루스 동호인 모임 ‘빌 스트리터스‘에 가입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비비 킹과 인연은 각별해서 그룹을 해체하고 난 이후에도 서로 음악적 우정은 끊지 않고 조인트 앨범도 발표하곤 했지요. 첫 앨범은 1952년에 내놓았지만 곧 이어 군 입대로 인한 공백을 갖다가 1957년에야 자신의 첫 히트곡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님이여‘의 원곡 ’Lead Me On‘은 1959년에 발표해 빌보드 R&B차트에서 9위까지 기록한 곡이지요. 하지만 이 곡은 바비의 대표곡으로 꼽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조용필 씨 덕에 우리나라에 아주 잘 알려진 곡이 됐다는 것을 바비 블랜드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가 인기를 끌던 전성기 시절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인데, 그 이후에도 꾸준하게 앨범을 내놓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했지요. 데뷔한 지 30여 년이 되는 1981년에는 블루스 명예의 전당에, 데뷔 40년이 되는 1992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누립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바비의 곡은 전성기가 한참 지난 1995년에 내놓은 곡인데, 그의 나이 66세 때이에요. 그런데도 곡을 들어보면 전혀 나이를 읽지 못할 정도로 세련됐습니다. 음색이 전형적인 소울 블루스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소울 가수 박인수 씨가 불렀던 ‘봄비’를 들어보셨다면 그 느낌과 아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부드러우면서 중간 중간에 힘이 느껴지는 창법에서 60여년 활동 속에서 흑인음악의 전 장르를 소화해 낸 가수의 저력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이 나오자마자 많은 음악 관계자들은 ‘최소한 20여 년 전 바비가 돌아온 것 같다’는 평을 하곤 했어요. ‘Sad Street’라는 곡입니다.  

* 바비 블랜드의 ‘Sad Street’ 들어보기
https://youtu.be/r_eHCnXcs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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