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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타리를 만들자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19.12.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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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과 놀이터 경계로 설치된 산울타리

요즘 인도의 보도블록을 다시 까는 공사가 한창이다. 으레 하는 연말 행사로 치부하는 것은 필자의 삐딱한 시선일까? 오늘은 동네의 학교 앞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울타리를 세우는 작업을 보았다.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결정된 사안일 것이다. 하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거의 막다른 도로에 굳이 안전울타리 설치가 필요할까? 가로수와 또 학교 옆에 바로 연결되는 숲과도 너무 동떨어져 보이는 그 장치는 어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낮은 산울타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는 회양목이 아닐까? 점점 화단이나 가로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회양목의 아성을 넘는 나무는 찾기 힘들 것 같다. 회양목은 석회암지대 드러난 암석 사이에서 무리를 이뤄 자란다. 석회암지대인 영월이나 삼척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숲과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특이한 숲을 만날 수 있다. 그런 특이한 식물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필자는 회양목을 볼 때마다 석회암지대인 고향을 생각한다. 식물이 아니어도 무엇인가 보면 연상되는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하다. 회양목은 다듬으면 다듬은대로 형태를 잡기에도 좋고, 가지가 엉키면 엉킨대로 죽지 않고 잘 자란다. 이름 봄에 꽃이 피지만 눈에 띄지 않아서 아쉬운 것보다 지는 꽃이 보이지 않아 더 깔끔하다는 장점이 크다. 열매도 언제 맺혔는지, 언제 익었는지, 자세히 봐야 보인다. 화려하지 않고, 단정한 매력의 회양목이다.

사람 키 정도의 울타리로는 사철나무만한 것이 없다. 봄 잎은 연둣빛 싱그러움이 있고, 여름엔 에너지가 넘치는 초록색을 띤다. 언제 꽃피었는지 모르게 피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빨간 열매가 눈에 띈다. 겨우내 초록색 잎과 열매를 함께 달고 있으니, 눈 맞은 사철나무가 또한 운치 있다. 집안에 식물을 키우기 힘든 사람들은 사철나무 잎과 열매로 리스를 만들거나 화병에 꽂아 놓으면 봄이 올 때까지 식물의 초록기운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상록수라 하면 따뜻한 지방에 활엽의 상태로, 중부 이북으로는 대부분 침엽 상태인데, 사철나무는 제주에서 황해도까지 사는 활엽인 상록수이다. 살아가는 기온의 범위가 넓고,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에도 강하니 아주 똑똑한 산울타리이다.
 

집 산울타리

안전울타리가 꼭 필요한 작업이라면 이렇게 좋은 나무를 이용해 산울타리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다. 요즘은 겨울 날씨를 ‘삼한사미(삼일 추위 사일 미세먼지)’라고 표현한다. 공기청정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마스크는 더 이상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이렇게 빠르게 대처하고 적응해 나가는데, 정책은 언제나 똑같은 것인가? 

이미 미세먼지를 잡아두는데 작은 나무들이 큰 나무들보다 효과가 좋다는 연구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필자 어린 시절에는 산울타리가 삶의 일부분이었다. 개인 땅, 밭, 무덤의 경계도 빽빽한 나무로 돌려서 표시했다. 그림을 그릴 때 집과 집 사이에 산울타리를 그려 넣었던 것이 지금도 생각난다. 우리 삶의 일부분이었던 산울타리를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래의 우리들에게 학교 앞에서 봤던 산울타리가 기억으로 남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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