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홍보물 효용가치 잃어
효과 좋던 태교교육도 축소
“행정력 낭비 없어야”

용인시청에 설치된 태교음악당. 그러나 올해 이 음악당에서는 한 건의 공연도 열리지 않았다.

민선 6기 용인시 특화 사업이었던 태교도시 조성사업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6년 본격적인 사업 추진 이후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사업인 만큼 방향 선회로 볼 수 있지만 태교도시 조성 조례, 관련 용역 등 추진에 들어갔던 행정력은 공중에 뜬 상태로 갈 곳을 잃은 형국이다. 

정찬민 전 시장의 여성친화도시 조성 차별화 전략으로 손꼽혔던 ‘태교도시 조성사업’은 2014년 시가 기본 계획을 수립하며 시작됐다. 시는 다음해인 2015년 ‘사람 중심의 태교도시 사업추진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그해 9월 ‘태교도시 용인’을 선포하며 공식화했다.  

시는 2016년 12월 ‘용인시 태교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만들며 이듬해 총 1억9300만원을 들여 본격적으로 기반 조성과 정책 사업을 진행했다. 시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위해 조성위원회, 전략추진위원회, 시민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지원단 등이 이때부터 운영됐다. 그러나 각 위원회와 지원단은 2년 동안 운영되다 올해 돌연 중단됐다. 시 관계자는 “위원회 임기 만료 이후 다시 뽑지 않았고 지원단 역시 올해 운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선 7기 백군기호가 태교도시 조성 사업을 중단한 것은 예산만큼의 효과는 물론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전 시장의 정책을 그대로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 시장은 태교도시 조성을 전담했던 부서를 없애고 출산지원팀으로 바꿔 방향을 선회했다. 문제는 태교도시 조성 추진으로 그동안 들였던 행정력이 이렇다 할 결과 없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위원회와 시민지원단 구성의 근거로 마련됐던 관련 조례는 자치법규로서 가치를 잃은 상태다. 시장이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 기본계획, 시행계획 등 조항 역시 조성 사업 중단과 함께 의미가 사라졌다. 

시는 사업 초기인 2017년 태교도시 홍보에 특히 공을 들였다. 600만원짜리 관련 영상물 8편을 제작하는가 하면 홍보책자, 태교신기 만화 제작, 홍보 부스 운영 등에만 총 1억1700만원의 예산을 들였다. 홍보는 2018년에도 이어졌다. 태교도시 홍보물 제작에 2000만원, 캐릭터 제작에 900만원이 들어갔지만 이 역시 현재 태교도시 조성이 멈추며 효용 가치를 잃었다.

더욱이 전담 인력이 없어진 관련 사업들은 힘을 잃고 사라졌다. 태교도시 시민지원단은 발대식과 성과보고회에 총 500여만원의 비용을 들이며 공을 들였던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다음해인 2018년 형식적으로 운영하다 올해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100명이나 되는 시민지원단을 2년여 운영했지만 내세울 성과는 찾기 힘들다.  

비교적 큰 규모 예산이 들어갔던 사업은 태교숲, 태교둘레길 조성 사업이다. 각각 5억, 9억5000만원 예산이 들었지만 이후 관련 프로그램 운영은 지속되지 못한 채 일반적인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2017년 조성된 시청사 태교음악당 역시 올해에는 한 차례의 공연도 열리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그나마 좋은 반응을 얻었던 사업마저 축소됐다. 태교관련 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태교지도자는 지난해까지 총 60여명이 양성됐지만 올해 활동한 지도자는 13명에 그쳤다. 유치원과 중학교까지 지원됐던 ‘학교로 찾아가는 태교 교육’은 올해는 초등학교만 축소해 운영했다. 

이에 대해 야당 한 다선 의원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적지 않은 예산이 결국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낭비된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속해야하는 사업이 있다면 확대해 나가고, 정리해야할 부분은 정리해야 신뢰받는 행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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