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공무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용인지부가 시에 요구한 기흥구청 내 직원 구내식당 설치 예산이 용인시의회 상임위원회 벽에 막혀 좌절됐다. 직원 구내식당 설치 예산과 물품 구입비가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시의회를 압박하며 예산 통과를 촉구한 두 노조로선 아쉬움이 크겠지만 왜 예산이 삭감됐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시의회 상임위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유는 시의원은 물론, 구청 인근 상인들로부터 충분히 ‘공감’을 얻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노조에 있어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용인시 정책과 사업은 공직자들뿐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많건 적건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더욱 그렇다. 용인시민들이 낸 공적 재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구청 내 직원 구내식당 설치 요구는 아쉽기만 하다. 용인시는 물론 처인구와 수지구는 구내식당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기흥구 직원들로선 당연히 직원 복지 차원에서 구내식당 설치를 요구할 수 있고, 시와 구는 직원 후생복지 차원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용인시공무원노조가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에서 언급했듯이 골목상권이다.

기흥구청에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을 설치할 경우, 기흥구청 주변 식당에는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 번에 모든 직원이 식사할 수 없어 많은 직원들은 외부에서 식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쩌면 상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영향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흥구청 주변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구내식당 운영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기흥구청 앞에 현수막을 걸고 구내식당을 요구한 행위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상인들을 자극하기에 앞서 구청 주변 상인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구내식당 필요성을 설명하고,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벌인 방법도 고민해볼 문제다. 두 노조는 시의회 상임위 예산 심사 전날 “내부 게시판에 공동 성명서 발표, 2020년 본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현수막 설치, 예산 반영을 위한 서명부 작성 등 직원들의 공통된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함께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시청과 시의회, 기흥구청 등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시의회를 압박했다. 구내식당 설치 문제가 현수막을 내걸고 서명부를 작성할 정도로 중요하고 시급했던 일인지 묻고 싶다. 

시 재정국장은 새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2020년 예산은 가용재원이 부족함에 따라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소화했으며, 주요 현안사업 추진, 시민약속사업 이행, 생활밀착형 SOC 투자 등 시민복지 증진에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기흥구청 구내식당 설치가 이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가. 두 노조는 “구내식당은 직원의 기본적인 식사권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이며, 기흥구청 구내식당은 기흥구청 직원뿐만 아니라 용인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4000여 노동자의 염원”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에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처인구청과 수지구청 구내식당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직원들의 건강권 차원에서 급식의 질은 괜찮은지 먼저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예산 편성 전 골목상권 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길 권한다.

10여 년 전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역경제의 한 축인 중소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조하자, 용인시 공무원들은 매달 둘째, 넷째 중 금요일을 ‘외식하는 날’로 정하고 시청 구내식당 대신 시내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 운동을 벌였다. 물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골목상권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일 게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경제가 살아난다면야 이 정도 못하겠습니까”라고 전한 한 공무원의 말을 두 노조가 한 번쯤 곱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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