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키노 로시니의 초상화. 위키백과 화면 캡처

1942년에 로시니 탄생 15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면 똑같은 해에 베일 서거 추모 100주년이 있었는데, 이 두 개의 기념일은 서로 자연스럽게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로시니에 관한 책과 기사와 수 없는 책들을 읽어보시라. 그 많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아무 느낌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리고 베일(Arrigo Beyle, 스탕달로 불린다)이 쓴 로시니의 생애를 다룬 ‘로시니의 삶’이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언제나 작품 안에 에너지가 가득했으며 특이한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그것도 모자라 로시니를 칭하기를 ‘음악의 볼테르’라고 부르기까지했다. 그렇다면 볼테르(Voltaire)는 과연 누구일까? 

볼테르는 속이 깊은 의사였다. 그는 속으로 지성과 감성은 우리 삶을 꽉 채울 수 있는 종교나 시 속에 존재하지만, 치명적으로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겉돌면서 발레댄서들의 가뿐한 발걸음처럼 다가가기만 했다. 그는 인간의 깊은 속마음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그것을 가볍게 만드는 데 의무를 느꼈던 것이다. 속이 깊은 사람은 자칫 순진함을 동반하는데, 인생의 진지함을 아는 것은 속이 깊은 것보다 오히려 속이 깊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 믿었다. 진지함을 알면서도 그 안에 깊이 빠지지 않는 선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점에서 이 예술가의 품격에 대한 혼동이 있을 수 있다. 볼테르의 불신은 단지 조심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믿지 않는다기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믿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사실이다. 이 점에서 볼테르와 로시니는 가장 문명에 개화한 예술가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시니는 지적인 삶의 목적을 ‘냉정을 찾기 위함’이라고 했던 쇼펜하우어가 가장 좋아했던 음악가였던 게 당연하다. 

쇼펜하우어는 음악에 대한 견해가 확실했다. 그는 바그너가 작곡한 니벨룽겐의 반지를 위대한 철학가 쇼펜하우어에게 바친다는 편지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바그너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해라. 그리고 음악을 그만두고 시나 쓰라고. 시인이 되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다고 말이다. 나 쇼펜하우어는 모짜르트와 로시니와 함께 한다고. 로시니의 음악에 익숙해지면 다른 모든 음악은 무겁게 느껴져.” 그가 로시니에 대해서 얘기할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곤 했는데, 그는 로시니의 모든 작품을 플룻으로 편곡해서 악보로 가지고 매일 아침 연주하곤 했다.

로시니의 음악은 그에게 미적인 즐거움이라기보다 치유였다고나 할까. 수없는 작곡가 중에서 음악 자체에 유머가 존재하고 문외한이 들어도 신이 나는 말 발굽 소리와 창문의 시원한 바람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그의 수 없는 오페라 서곡은 거의 독보적이다. 아마 로시니 자체가 낙천적인 이탈리아 기질 탓이라면 모차르트는 추운 오스트리아적 기질을 가져서 심오하고 절제됐어야 하는 게 정석인데, 모짜르트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  반해 버린 이탈리아 사랑이 큰 이유인데, 오스트리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없는 오페라를 이탈리어 대본으로 작곡하기를 원했고, 심지어 아마데우스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아마데우스는 “신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뜻의 이탈리어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짜르트의 원래 이름은 볼프강 모짜르트이고 추후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가 된 셈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나오는 몇몇 장면들은 그의 매우 우스꽝스럽고 변태적인 기질을 많이 볼수 있다. 생전에 천재로 인정받기 위해서 주변에 많은 질투와 모함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모짜르트가 쾌락을 즐겼다면, 로시니는 순수한 즐거움을 향유하는 자아치료법을 작곡으로 써내는 특이한 이력의 작곡가라 할 수 있다. 작곡의 속도도 매우 빨라서 일주일이나 이주일 만에 4~5막의 대작을 써내려 갔다 하는데, 로시니의 초상화처럼 언제나 뚱뚱한 배를 즐겁게 하기 위한 그의 왕성한 식욕 또한 이 모는 일들을 가능케 했다고 한다. 

이번 호를 끝으로 ‘김현정의 오페라 이야기’ 연재를 모두 마칩니다. 3년간 연재해주신 김현정 교수님과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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